[소비자들은 왜 '호갱'이 됐나] ③ 제조사·이통사 간 경쟁유도 '글쎄'

임아영 기자 입력 2017. 10. 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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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단말기 자급제’ 대안일까

이동통신사가 보조금을 무기로 ‘고가 단말기+고가 요금제’를 선택하게 만드는 현재의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지를 놓고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과 소비자단체 등에서 주장하고 있는 단말기 구입과 통신사 선택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또 알뜰폰을 활성화하거나 제4이통사를 도입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기대효과나 시행 가능성을 놓고 ‘갑론을박’의 상황이어서 실제 제도 개선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거의 대부분(98%)이 이통사 대리점에서 보조금을 기반으로 휴대폰을 사왔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단말기 판매는 유통점에서,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은 이통사 대리점이 각각 담당하는 게 핵심이다. 휴대폰 판매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면 ‘제조사의 장려금-이통사의 보조금’이라는 연결고리가 끊어져 제조사는 단말기 공급 경쟁을 하고 이통사는 통신서비스 경쟁을 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제조사들이 담합을 통해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지 않을 수 있다. 제조사들이 직접 판매망을 구축하고 인건비, 영업 비용을 따로 충당해야 하므로 비용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단말기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 이통사가 유통점에 지원했던 마케팅비를 아껴 이를 요금 인하에 활용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결국 기대만큼 ‘경쟁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되고 소비자는 판매점-이통사로 두 번의 구입 과정을 거치는 불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완전 자급제를 놓고 이해당사자별, 회사별 입장도 다르다. 이통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완전 자급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가 이통사 간 차이가 없다면 브랜드 경쟁력이 있는 선두 사업자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반대한다. 현재 유통 구조를 바꾸면 유통망을 자체적으로 꾸려나가야 하는 것도 부담이고 국내 가격을 내리면 해외에서도 가격 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보적이다. 완전 자급제가 되면 이통사의 공시지원금(보조금)이 사라지고 지원금과 연계되는 선택약정할인제도도 사라지게 돼 통신비가 오히려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2만여개의 대리점·판매점 등은 현상 유지도 어렵게 된다. 지난 19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완전 자급제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대리점, 소비자 등 이해관계가 예민하게 얽혀 있다”며 “시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정교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완전 자급제가 도입되면 최신 단말기를 유통하지 못하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니 긍정적이라는 전망과 알뜰폰도 활성화하지 못하면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당장 시행하기에는 부작용도 예상되고 통신비 인하 효과도 불확실하니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개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국정감사 정책보고서를 통해 단통법을 개정해 선택약정할인율 5%포인트를 더 상향하자고 주장했다.

한편 유영민 장관은 취임 직후 ‘제4이통’을 언급하며 “시장을 키우는 것이 통신비 인하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을 키워 경쟁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통 3사의 최저 요금제보다 1만원가량 저렴한 ‘보편요금제’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지나친 요금 간섭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시리즈 끝>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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