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검사·부작용 설명도 않고..식욕억제제 '마구 처방'
<앵커>
요즘 살을 빼기 위해서 식욕억제제까지 복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식욕억제제는 마약류로 분류될 만큼 인체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의사들도 처방 기준이나 복용 기간을 잘 지켜 처방해줘야 하는데 과연 잘 지켜지고 있을지 유덕기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식욕억제제를 처음 처방받아 복용했던 이 모 씨.
[이 모 씨/식욕억제제 부작용 경험 : 뭐를 먹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아예 안 들게 만들더라고요. 한 12킬로그램 정도, 그 정도 (뺐어요).]
반년 만에 본 놀라운 효과에 또 처방받아 복용했는데 그때부터 부작용의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한 달 동안은 아예 집 밖 자체를 아예 안 나가서… 연락도 아예 안 하고 연락이 와도 먼저 피하고…그냥 자해를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불면증이나 두통 같은 가벼운 부작용은 지난 5년간 60배 넘게 증가했고 식욕억제제를 먹다가 숨진 사람이 지난 2년간 4명이나 됩니다.
[이수형/서울시 서남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 장기적으로 약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는 혈압이 오르고 심지어는 심장질환, 뇌졸중 등의 이렇게 심혈관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식욕억제제는 고도 비만이거나 열량 조절이 필요한 특정 질환환자 등에게만 처방해야 합니다. 복용 기간도 최대 석 달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식약처의 지침은 잘 지켜질까? 수도권의 한 의원을 찾아 가봤습니다.
[간호사 : 적정체중이 이거세요. 찌셔야 해요…사실은.]
체질량 지수가 저체중에 가까워 처방 대상이 아닌데도 식욕억제제를 달라고 요구하자 바로 처방해줍니다.
[의사 : 그렇다면 드려야지. 맞는 걸 드려야지. 본인이 알아서 조절해서 드세요.]
이번에는 피부과를 찾아가 봤습니다. 식욕억제제를 처방하면서 아예 체중조차 검사하지 않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의사 : 일단 (환자가) 식욕 조절하는 목적이 크니까, 빼려고 하는 것보다는…그래서 식욕조절하는 약하고 위장약 드릴게요.]
인터넷을 보면 식욕억제제를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병원 등 자세한 정보가 넘쳐납니다.
식약처가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는 밝혔지만 쉽게 살을 빼려는 사람과 마구 처방해주는 의사들의 인식 개선이 없는 한 식욕억제제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최대웅, 영상편집 : 최진화, VJ : 김형진)
유덕기 기자dky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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