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절반이 '공사 중단'.."IMF 겪고 아이 키우는 세대"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2017. 10. 2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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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아쉽지만 결과 수용..민주주의 성장시키는 시도로 평가"

- 한국은 원자력업계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 시민단체와 자발적인 전문가 vs 재원, 인력, 정보력 있는 원자력 업계
- 신고리 5,6호기 건설… 2기를 추가로 짓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
- 382만 명이 사는 곳에 세계에서 유례없는 원전 사고위험 지역 생겨
- 시민참여 공론화, 원자력 정책에 우리도 참여할 수 있다는 상식 자리 잡는 계기
- 여성, 40대 건설 중단 지지율 높아…"경제논리보다 안전논리 선택"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10월 20일 (금)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윤순진 교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 정관용> 신고리 5, 6호기 결국 다시 공사가 시작될 것 같죠? 신고리 공론화 위원회 오늘 오전 최종결과 발표했는데 재개 59. 9%, 중단 40. 5%. 꽤 큰 차이로 공사 재개를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이번 공론화 과정에도 참여하셨던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 연결해 봅니다. 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윤순진>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렇게 재개 권고 결정이 나리라고 예상하셨나요?
 
◆ 윤순진> 아무래도 저는중단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좀 낮다고 봤어요. 왜냐하면 이게 굉장히 우리 사회에서는 획기적인 변화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중단 측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워낙 이제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시민들에게 원자력 업계나 학계 정보만 계속해서 확산돼 있고 노출돼 있었기 때문에. 또 최근에는 보수 언론에서 너무나 많은 사실은 정확하지 않은 잘못된 정보들도 굉장히 많이 쏟아냈거든요. 그런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에 아마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 정관용> 설득에 있어서 공사 재개를 주장하시는 분들이 사실은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시민참여단들을 더 효과적으로 설득했다고 보여지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 윤순진>그분들은 아무래도 이해관계자들이죠. 굉장히 이 문제가 원자력 업계나 학계 생존이 걸린 문제이고요. 그래서 굉장히 단결이 잘 되고 아마 모여서 굉장히 많은 노력들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국민들 스스로도 특히 신고리 5, 6호기가 대상이 되다 보니까 탈원전에 대해서는 사실 원전의 방향이 축소돼야 한다는 건 과반수 이상이 지금 찬성 하신 거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윤순진> 그런데 일단 지어진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사실 중단 측에서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시민단체와 자발적인 전문가들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저쪽은 굉장히 재원도 있고 인력도 있고 정보력도 막강한데 이쪽은 그렇지 못했던 거죠. 그러니까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사실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했다고 봅니다.
 
김지형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고리공론화위원회의 '정부 권고안'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정관용> 그런데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앞으로 원전을 줄여나가는 건 동의한다. 그러니까 새로운 원전은 더 짓지는 말자. 하지만 이미 상당 부분 돈이 들어간 5, 6호기는 그냥 그것까지만 마지막으로 짓자, 이 정도면 또 상식적으로도 그럴 수 있는 주장 아닌가요?
 
◆ 윤순진>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중단 측에서 왜 신고리 5, 6호기 중단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냐 하면 5, 6호기가 입지하게 되면 그 지역은 10기가 들어가는 거예요.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 상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용 핵연료는 그 안에 들어 있거든요. 그래서 10기가 한 지역에 입지하고 주변 인구가 382만 명으로 너무 많고 주변에 핵심적인 경제 시설이 있고 이런 것 때문에 5, 6호기는 단순히 2기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그 부분을 굉장히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원하는 정도로 설득을 못한 것 같네요.
 
◇ 정관용> 좀 아쉬우시겠어요, 이런 결론?
 
◆ 윤순진> 결론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런 결론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고요. 이 시도 자체는 저는 너무나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이제까지 한 번도 일반 시민이 에너지정책, 특히 원자력발전정책에 관해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결론은 사실 중단 측의 입장에서 보면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걸 통해서 이제 더 많은 정보가 시민들 사이에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고 이것이 단지 전문가들이 논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고 우리가 참여해야 하고 그래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제라는 그런 상식이 좀 더 우리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다.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는 우리가 한층 성장한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신고리 5·6호기 조감도. (사진=자료사진)

◇ 정관용> 그리고 오늘 발표 내용을 보면 하나 눈에 띄는 게 숙의가 진행되고 조사 회차가 거듭될수록 젊은 층 20대~30대에서 건설 재개 쪽으로 이렇게 돌아서는 비율이 더 높았다, 다른 세대보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윤순진> 20대 같은 경우는 다른 어떤 연령대에 비해서 처음에 출발할 때 애초에 판단을 유보한 비중이 너무 높아요. 과반수 이상입니다. 53. 3%나 판단을 유보했어요.
 
◇ 정관용> 잘 모르겠다가?
 
◆ 윤순진> 잘 모르겠다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너무나 많았던 거죠. 오히려 50대, 60대 보면 판단 유보의 비중이 다른 연령대보다 낮습니다. 이렇게 20대가 판단 유보 상태에서 재개 쪽으로 조금 더 갔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볼 때 더 눈여겨봐야 될 것은 그래도 여성이 남성보다는 훨씬 더 비중 있게 중단을 지지했고 그다음에 특히 40대가 참 괄목할 만한 일인데 과반 이상인 54. 7%가 건설 중단에 찬성을 하셨어요.
 
◇ 정관용> 그랬습니다.
 
◆ 윤순진> 그래서 왜 이럴까 저는 너무나 궁금했는데 제가 생각을 해 보니까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그런 나이대예요.
 
◇ 정관용> 그렇죠.
 
◆ 윤순진> 지금은 굉장히 우리가 결혼을 늦게 하기 때문에 20~30대는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사실 예전보다는 많이 없죠. 그리고 40대는 그렇고 또 여성들도 아이를 직접 양육하는 그런 기회가 남성보다 더 많죠. 그리고 특히 40대 같은 경우는 이분들이 20대 때 IMF를 겪었던 세대예요.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그런 경험이 있는 거죠. 그리고 저희가 지난 10년 동안 4대강 문제로 몸살을 앓았잖아요. 그래서 매몰 비용에 연연할 때 굉장히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좀 더 많이 경험한 게 40대가 아닐까 해요. 그래서 경제 논리보다 안전 논리가 더 중요한 거죠.
 
◇ 정관용> 장기적으로는 안전 논리, 원전 축소 쪽에 국민의 의견을 모은 계기가 됐다는 점. 이 점을 또 주목하실 수 있겠어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윤순진>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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