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과정이 공정하니 어떤 결론도 수용'..시민참여단 40일 기록

입력 2017.10.20. 18:30 수정 2017.10.2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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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토론 거친 결과..숙의민주주의의 모범 사례 되길"

(천안=연합뉴스) 박주영 이재림 기자 = "저는 원전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쉬움은 없습니다. 많은 토론을 거쳐 얻은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20일 원전 '건설 재개'를 정부에 권고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민대표'로 선정된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40일 동안 시민참여단으로 활동해 온 이들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정책 결정의 순간에 함께할 수 있었던 데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송호열(58)씨는 "바람직한 숙의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제대로 된 결론이 내려졌다고 생각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김경애(82·여)씨도 "민주주의적인 발판을 이뤘다고 생각하며, 시민참여단으로 활동한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지난달 11일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시민참여단 500명을 선정했다.

시민참여단의 의견 수렴 과정은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일반적인 여론조사가 아닌 공론조사 방식이 사용됐다.

공론조사는 미리 참여단을 선정해 이들에게 원전에 대한 전문 지식과 찬반 입장을 전달한 뒤 토론 등 숙의 과정을 거쳐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당초에는 최종 토론회 전 한 달 동안 온·오프라인을 통해 각각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받기로 했지만, 건설 중단과 재개 측 양쪽의 줄다리기로 자료집을 받지 못하면서 차질을 빚기도 했다.

(천안=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운명이 결정될 공론화위 종합토론회에 13일 충남 천안 계성원서 열렸다. 토론회 참석한 시민참여단이 토론회 진행 방식과 경과보고를 듣고 있다. 2017.10.13

송 씨는 "재개와 중단 입장을 가진 양쪽 대표들이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토론회를 거부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기도 했다"며 "이러다가 공론화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참여단은 세대와 이념을 초월한 숙의 과정과 공론화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민호(35) 씨는 "처음엔 '숙의'라는 절차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자리에서 각각 입장이 가진 장단점이 확실하게 전달됐다"며 "개인적으로 재개 입장을 갖고 있었지만 중단 결정이 내려져도 이해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원영(40) 씨는 "저희 조원이 8명이었는데, 연세 많은 어르신도 있고 20대도 있고 대체로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됐다"며 "반론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일부 입장에 편중되거나 소외되는 것 없이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김경애 씨 역시 "사회 보는 분들이 굉장히 조심스럽고 중립적인 입장이었다"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의견 수렴이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본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천안=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판가름할 공론조사 시민 참여단의 종합토론과 설문조사가 15일 완료됐다. 설문조사가 진행된 충남 천안의 계성원 벽면에 시민 참여단이 붙여 놓은 질문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2017.10.15

시민참여단 참가자들의 입장은 각각 달랐지만, 이 같은 방식의 공론조사에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씨는 "제 생각과는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지만 유감이라든지 아쉬움은 전혀 없다"며 "많은 토론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원전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정부의 중요한 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된 점에 대해서는 토론과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스스로 배워가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천안=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판가름할 공론조사 시민 참여단의 설문조사가 완료됐다. 15일 충남 천안의 계성원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마친 한 시민 참여단이 박수를 치고 있다 . 2017.10.15

김 씨는 "오늘 뉴스를 보니 일부 평론가가 '아무것도 모르는 비 전문가에게 맡겼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하던데, 우리는 거기서 정말 자세히 들여다봤다"며 "원전에 대해 완전히 학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씨는 "원전에 대해 단순히 숙지하는 것을 넘어서 모든 것을 토대로 하나의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지속적으로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찾아보며 열심히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송 씨도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같은 결론이 났어도 의미가 달랐을 것"이라며 "비 전문가였던 시민참여단이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점차 전문가가 되어 갔고, 결국은 제대로 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시민참여단은 이달 13일부터 2박3일간 진행된 종합토론회에서 각자의 의견을 최종 표시했고, 그 결과는 59.5%가 '공사 재개' 선택이었다.

이들은 이번 공론화 과정이 숙의민주주의의 모범 사례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조 씨는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 있을 때 전문가나 이해 당사자 뿐만아니라 국민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김 씨도 비슷한 사안이 있을 때 이번 공론화 과정을 본받아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jyoung@yna.co.kr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