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원전업계 최악 결과 피했지만 '어두운 앞날'

전재호 기자 입력 2017. 10. 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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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달 24일부터 일터 복귀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0일 공사 재개 결정을 내리면서 신고리 5·6기 공사에 참여했던 1700여개 업체와 약 1만2800명의 근로자들은 빠르면 이달 24일부터 일터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신고리 5·6호기는 작년 6월에 착공해 올해 5월말 기준으로 종합 공정률이 28.8%(시공 기준 11.3%)에 달했다. 하지만 탈(脫)원전 방침을 선언한 정부가 공사를 계속할지 시민참여단에 의견을 묻고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7월 23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날 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를 권고하면서 원전 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시민참여단이 “향후 원전은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제시하면서 원전 산업의 앞날은 어두워졌다. 정부는 위원회의 권고안을 최대한 수용해 원전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원전 건설을 축소하면 수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최악 결과는 피한 신고리 5·6기 관련 업체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재개되면서 두산중공업(034020), 삼성물산(028260), 한화건설 등 원전 시공업체와 협력업체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원전 사업은 설계, 기기 제조, 설비 공사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터빈·발전기 등 주기기를 공급하고 삼성물산 컨소시엄(삼성물산 51%, 두산중공업 39%, 한화건설 10%)은 설비 공사를 진행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의 총 사업비는 8조6000억원이다. 이 중 업체들과 4조9000억원을 계약했고, 지금까지 약 1조6000억원을 집행했다.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은 총 2조3000억원의 계약 금액 중 1조1700억원을 받았고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공정률에 따라 총 1조1800억원의 계약 금액 중 약 10%를 받았다.

공사가 재개되면서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한화건설 등 대형 업체와 1700여개 협력업체들은 신고리 5·6호기가 준공되는 2022년까지 일감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정부가 신규 원전을 짓지 않기로 하면 원전 관련 업체의 수익구조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경북 울진과 경북 영덕에 지을 예정이었던 신한울원전 3·4호기와 천지원전 1·2호기 발주가 불투명하다. 신한울원전 3·4호기는 올해 5월 착공해 2022년, 2023년에 순차적으로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시공 관련 설계용역 단계에서 멈춰있다. 천지원전 1·2호기의 경우 필요 부지의 10%만 매입한 상태다. 정부는 이들 원전을 백지화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명확한 지침은 내리지 않았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원전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은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재개되면서 신용도가 낮아질 위험이 완화됐지만, 향후 원전 수주 공백으로 수익구조의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에 있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오른쪽이 원전 3호기, 그 옆이 4호기다. 3·4호기 뒤에 5·6호기 건설 현장이 있다./조선일보 DB

◆ 원전 경쟁력 악화 우려...“국내 원전 줄여도 수출 지원책 필요”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비율 축소를 권고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힘을 얻게 됐다. 청와대는 이날 위원회 발표 직후 “권고안을 토대로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내 원전 비중을 줄이면 원전 업체들은 수출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다.

세계 원전 시장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현재 원전 건설을 계획 중인 나라는 27국으로 164기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1기당 건설 비용이 약 4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원전 건설 시장 규모는 약 600조원으로 추산된다.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 정도다.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등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9일 유럽 수출형 모델 'EU-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받아 유럽 수출길도 열렸다. 한국전력(015760)과 한수원은 체코와 폴란드, 스웨덴 등에서도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을 추진하는 국가가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은 1979년 발생한 스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TMI) 원전 사고 이후 30년 넘게 신규 원전을 짓지 않아 원전 산업 기반이 붕괴됐다. 한국도 자칫하면 미국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탈원전 정책이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 원전 시장 장악을 부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전 업계는 탈원전 정책과는 별개로 원전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원전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서 원전을 짓는 나라들이 많은 만큼 수출 경쟁력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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