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1st] 산 시로에서 야유가 시작됐다

김정용 기자 2017. 10. 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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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AC밀란이 부진에 깊이 빠질수록 빈첸조 몬텔라 감독은 더 혼란스럽다.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아 보지만, 늪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부진 탈출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다.

밀란은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홈 구장 산 시로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D조 3차전을 치르고 AEK아테네와 0-0으로 비겼다. 조 선두(2승 1무)를 지켰다는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부진 탈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이 절반 이상 바뀔 정도로 과감하게 선수를 사 모은 밀란은 가장 관심 받는 팀이었다. 시즌 초 과도기에도 불구하고 유로파리그 예선과 이탈리아세리에A를 오가며 6연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서서히 부진이 시작됐다. 특히 최근 세리에A에서 3연패를 당했다. 그 사이 유로파리그에서 1승 1무를 거두며 최근 5경기(전 대회 통산) 성적은 1승 1무 3패가 됐다.

밀란 팬들은 이번 시즌에 엄청난 기대를 갖고 있었다. 수년간 이어진 부진을 씻어낼 수 있다는 예감이 홈 구장에 구름 관중을 불러들였다. 그러나 기대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아테네전 관중은 약 17,000명에 불과했는데다 응원 열기는 없었다. 심지어 관중석 곳곳에서 야유가 나왔다. 경기 후 미드필더 마우로 로카텔리는 "팬들은 야유할 자격이 있다. 우린 위대한 팀이지만 그 사실을 증명해내야 한다. 할 말이 없다"고 씁쓸한 현실을 인정했다.

이적 계획이 꼬이며 시즌도 꼬였다

밀란은 몬텔라 감독이 지난 시즌 구축해 놓은 4-3-3 시스템에 맞춰 선수 영입을 했다. 센터백, 좌우 풀백, 원톱, 수비형 미드필더, 박스투박스 미드필더 등 전형적인 4-3-3에 맞는 선수들이 속속 합류했다. 하칸 찰하노글루의 포지션이 애매해 우려를 샀지만 그 정도는 약과였다.

문제는 이적시장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시작됐다. 이탈리아 대표팀의 핵심 센터백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유벤투스와 갈등을 겪고 있다는 걸 포착한 밀란은 과감하게 영입을 단행했다. 이어 최전방 공격수가 추가 영입됐다. 이미 안드레 실바를 영입했고 유망주 파트리크 쿠트로네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등 슈퍼스타를 노리다가 결국 실속 있는 니콜라 칼리니치를 택했다.

몬텔라 감독은 원래 구사해 온 4-3-3 포메이션으로 시즌을 시작해 4승 1패로 괜찮은 5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시즌 초 대진운이 수월해 승점을 많이 땄을 뿐이라는 회의론이 있었다. 특히 지난 시즌보다 업그레이드되지 못한 공격진이 문제였다. 원톱은 확실히 강화됐지만 뛰어난 공격수 3명 중 한 명만 뛸 수 있는 건 낭비였다. 왼쪽 윙어를 맡은 파비오 보리니는 다용도 후보 선수로 영입됐지만 어느새 주전을 차지하고 있었다. 승리는 아슬아슬한 반면 3라운드에 라치오에 당한 1-4 패배는 강팀을 만났을 때 무기력하게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라치오전 패배 직후 밀란은 이진현의 소속팀 오스트리아비엔나를 만나 3-5-2 포메이션을 시험했다. 이론상 괜찮은 선택처럼 보였다. 중앙 미드필더 세 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격은 투톱으로 전환해 뛰어난 공격수들을 살리고, 수비도 보누치에게 더 익숙한 스리백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이었다. 밀란은 비엔나를 5-1로 대파한 뒤 3-5-2를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 발생했다. 라이트백 안드레아 콘티가 부상당한 자리는 잉여 자원으로 전락한 보리니를 포지션 변환시켜 잘 메웠다. 지난 시즌 에이스였던 윙어 수소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적응하기 힘들어하자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시즌 주전 왼쪽 윙어였던 자코모 보나벤투라 역시 과거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에서 고군분투중이다.

문제는 포메이션만이 아니었다. 수비 라인을 올릴 것인지, 속공을 할 것인지 등 다양한 문제가 선수들의 컨디션에 영향을 미쳤다. 시즌 초 4-3-3 포메이션에서 종횡무진 상대 중원을 휩쓸고 다니던 케시에는 같은 미드필더 구조가 유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활약상이 저조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보누치 쪽에서 발생했다. 보누치는 유벤투스에서 동고동락하던 동료 수비수들을 떠난 뒤 밀란의 수비 리더로서 좀처럼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밀란의 실점 상황마다 보누치의 책임을 거론하는 분석이 많다. 부진은 이탈리아 대표팀으로 이어졌다. 보누치는 익숙한 수비수들과 재회한 이탈리아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성과 없는 실험 반복, 몬텔라의 돌파구는 어디에?

몬텔라 감독은 유로파리그를 또 실험의 장으로 썼다. 최근 쌓이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포지션 변화를 시도했다. 주전 왼쪽 윙백이었던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를 스리백의 일원으로 배치했다. 보누치 옆에 킥, 빌드업, 드리블에 능숙한 선수를 한 명 추가해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으로 볼 수 있었다. 풀백 출신을 스리백에 포함시키는 건 최근 세계적인 유행 중 하나다. 로드리게스는 볼프스부르크 시절 센터백을 소화한 경험도 있다.

왼쪽 윙백에 자코모 보나벤투라가 배치됐다. 보나벤투라는 밀란 전력이 더 약했던 시절 어떻게든 공을 전진시키고 득점 기회를 만들어가며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더 조직적인 공격을 추구하는 요즘 밀란에서는 보나벤투라의 개인 플레이가 오히려 공격 흐름을 끊는 경우가 있었다. 보나벤투라의 윙백 배치는 왕성한 활동량, 과감한 드리블 등을 측면에서 마음껏 시도할 기회였다.

그러나 몬텔라 감독이 나름대로 낸 묘수는 잘 통하지 않았다. 밀란은 슈팅 횟수에서 26 대 8로 크게 앞서며 기록상 우세한 경기를 했다. 그러나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고 원하는 득점 루트로 슈팅을 만들어낸 건 아니었다. 상대 선수였던 라자로스 크리스토둘로풀로스가 "이것보단 더 나은 밀란을 기대했다. 조금만 더 집중했다면 우리가 이길 수도 있었다"며 밀란의 경기력이 기대 이하였다고 말했다.

전반전에 마우로 로카텔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고 찰하노글루, 수소를 중앙 미드필더로 세운 공격적인 미드필더 조합은 딱히 뛰어난 공격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수소와 찰하노글루는 상대 진영에서 공을 자주 잡긴 했지만 드리블 할 공간도, 2 대 1 패스를 할 동료도 없었다. 미드필드 장악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누치의 패스도 별 위력이 없었다.

마시밀리아노 미라벨리 단장은 최근 교체설이 돌고 있는 빈첸조 몬텔라 감독에 대해 "우리 팀을 더 날카롭게 만들어야 하는 사람은 몬텔라"라며 "살다보면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몬텔라만 그런 게 아니라 인생이 다 그렇다"라는 말로 `일단` 신임을 나타냈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원래 참을성이 없다. 밀란은 세리에A에서 4승 4패에 그치며 10위로 떨어졌다. 위기가 길어지면 이번 시즌 목표였던 4위권 진입은 불가능해진다. 당장 22일에 열리는 제노아전 홈 경기, 이어 26일 키에보전과 29일 유벤투스전까지 잘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밀란은 강팀 상대 경쟁력보다도 중위권 팀을 확실히 잡아내는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17위 제노아, 9위 키에보를 상대로 안정적인 경기력과 승리가 필요하다. 그러지 못하면 더 큰 야유를 받으며 몬텔라 감독의 목이 날아갈 수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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