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지하철역 기념품' 우리나라도?..지역 마케팅 봇물

권애리 기자 입력 2017. 10. 20. 11:35 수정 2017. 10. 2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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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소비자 트렌드 알아보겠습니다. 권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해외 나가면 큰 옛날 건물이나 기념 동상이나 이런 걸 상품처럼 파는 걸 볼 수 있는데,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 같은 거 사 오고요. 우리나라도 그런 움직임이 슬슬 시작되는 곳이 있다고요?

<기자>

네, 일단 최근에 화제가 된 기념품 하나 보여드리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실역입니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의 표지판을 그대로 따온 팔찌, 가죽 파우치 열쇠고리, 포크 숟가락 세트도 있습니다.

허를 찌르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재미있기도 하고 해서 트위터 같은 SNS에서 최근에 꽤 화제가 됐습니다. 잠실역 인근에 있는 한 복합시설의 전망대에서 팔고 있습니다.

왜 이런 기념품을 만들어서 거기서만 팔까,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친근감을 참신한 이미지를 동시에 주려는 전략이라고 합니다.

이 복합시설 자체는 사실 '대기업, 지나치게 크다. 뭔가 과하다.' 이런 이미지가 사실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사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 가봤을 이 몰에 붙어있는 지하철역을 기념품화함으로써 약간 실소가 나오면서 거리감이 갑자기 좁혀지는 효과가 있다는 거죠.

또 서울이라든가 우리 소비문화에 대한 자긍심이나 애착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와도 맞물리는 지역 마케팅입니다. 잠실역은 누구에게나 친숙하지만, 또 잠실역에 가야지만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가만 생각해 말씀하신 것처럼 보시면 뉴욕 5번가나 영국 닐스야드, 파리 샹젤리제 이런 거리들은 그 자체로 유명하고 기념품화돼 있습니다.

우리도 이태원이나 신촌, 서촌 이런 동네 이름이 갖는 이미지가 각각 생기면서 이런 지역 마케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앵커>

의외로 예쁜데요. 최근에 이런 지역 마케팅하면 술에 지역 이름 붙이는 것도 요새 유행이죠?

<기자>

유럽 잠깐 말씀드렸는데, 워낙 소규모 양조장의 역사가 발달한 유럽은 이런 동네 이름 딴 술들이 다양하고 많습니다.

우리도 최근에 소규모 양조장에 대한 규제가 점차적으로 풀리면서 이런 지역 이름을 딴 맥주나 막걸리 같은 술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름을 말씀드리면 바로 특정 제품을 얘기하는 게 돼버려서 어떤 술인지 뒷부분을 빼고 동네 이름만 말씀드리자면 일단 제주가 있고요. 부산 해운대, 충주 탄금대, 대구 달서 같은 지명들이 모두 상품화가 됐습니다.

또 서울은 서빙고, 강서, 강남, 신림동, 공덕동도 다 술 이름입니다. 이 제품들 중에는 국내 대형마트에 해당 주류 전체 판매 순위에서 1등 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유럽의 특산 맥주들이 유명한 것처럼 이렇게 동네 이름을 딴 중소 양조업체 제품들은 지역에서 소량으로 생산되는, 뭔가 특색이 있는 술이겠거니 하는 이미지가 있다는 겁니다.

또 실제로 그 이름이 붙은 지역 마트에서는 다른 데서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앵커>

궁금한 게 그러면 그 양조장들이 전부 그 지역에 하나씩 다 있는 건가요?

<기자>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 술 이름과 생산 지역은 완전히 동떨어진 경우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먼저 서울 강남 이름을 붙인 술은 아예 외국에서 만들어서 들여오고요. 대구 달서와 서울 강서 이름을 붙인 술은 강원도에서 만듭니다. 해운대와 서울 서빙고 술은 충청도입니다.

해운대는 워낙 유명하고 서빙고는 조선 시대 얼음창고가 있던 곳에서 착안했다고 하고요. 서울 강서의 이름을 딴 술 같은 경우는 회사 본사는 강서에 있다고 합니다.

물론 동네 이름을 붙인 술의 생산지가 다른 곳이라고 해서 불법은 아니고요. 맛이 있어야 처음에 이름이 준 신선함이 좀 가라앉은 뒤에도 인기가 계속 있을 수 있겠죠.

그래도 그 지역에서 만들어서 붙인 이름이라고 알고 짚이신 분들은 허탈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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