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많은' KCC, 우승후보 아니다?

김종수 입력 2017. 10. 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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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높은 이름값, 효율성 떨어지는 라인업

[오마이뉴스 김종수 기자]

프로농구 전주 KCC는 서울 SK, 창원 LG, 안양 KGC, 울산 현대현대모비스 등과 함께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이다. 전태풍(37·178cm), 하승진(32·221cm), 안드레 에밋(35·191cm), 이정현(30·191cm), 찰스 로드(32·200.1cm), 송교창(21·201cm)의 주전 라인업은 물론 최승욱, 박경상, 김민구, 김지후, 박세진, 주태수, 송창용, 신명호, 이현민 등 다양한 유형의 백업 멤버까지 탄탄하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이다. 농구에서 이름값이 높다는 것은 그동안 보여준 것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나이라는 변수가 끼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선수가 언제까지나 전성기일 수는 없다. 타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이를 먹고 전성기가 지나게 되면 보여준 것은 많지만 앞으로 보여줄 것은 적어지게 된다.

KCC 주전 라인업은 나이가 많다. 송교창을 제외한 전원이 30대다. 거기에 장단점이 뚜렷한 '양날의 검' 스타일이 대부분인지라 당일 컨디션에 따라 컨디션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잦다. 전태풍, 하승진은 나이도 나이거니와 지난 시즌 부상으로 거의 출장을 못했고 본래 잔부상이 많은 스타일인지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에밋 역시 지난 시즌 큰 부상을 당한 바 있다. 이정현은 KGC 시절 이른바 금강불괴로 명성이 높았지만 비시즌 기간에 부상을 당해 이제 막 회복단계에 있다. 로드는 몸 상태와 컨디션이 다소 늦게 올라오는 '슬로우 스타터' 기질이 강하다. 그야말로 현재의 KCC는 변수 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외국인선수 찰스 로드는 KCC가 원하는 플레이가 가능한 능력을 갖추고있지만 멘탈적인 부분에서 불안요소가 많아, 안정적으로 그러한 경기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 전주 KCC
'아~ 옛날이여', 전성기에서 내려온 빅네임들

앞서 언급한데로 KCC가 시즌 전 우승후보로 꼽혔던 데에는 이름값 높았던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이 많은 나이와 부상경력 등으로 인해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태풍과 하승진은 더 이상 상대팀에게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 농구명문 조지아공대 주전 포인트가드 출신답게 한창 때의 전태풍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드리블 솜씨를 선보였다. 스피드와 낮은 자세, 여기에 다양한 테크닉이 곁들여진 그의 드리블은 2~3명 사이를 뚫고 다닐 정도로 위력적이라 사실상 제어가 불가능했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전면 압박수비를 유유히 유린하는 것은 물론 쉼 없이 돌파를 성공시키며 팀 동료들의 활동 폭까지 넓혀줬다.

국내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했던 양동근 역시 한창때 물이 오른 전태풍을 상대로는 큰 경기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양다리 사이를 오가며 드리블을 치는 전태풍에게 파울을 범해 바스켓 카운트를 허용하는가하면 스텝 이동 중 다리가 꼬여서 넘어지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팬들은 전태풍이 상대 수비 선수의 발목을 부러뜨릴 정도로 흔들어 댄다는 의미로 '앵클 브레이커´라는 애칭까지 붙여줬다.

하승진 또한 존재감 자체로 상대팀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아쉬움이 많지만 221cm라는 사이즈 자체가 무기다. 한창 때의 그는 장신외국인선수도 부담스러워 할 정도의 높이와 힘을 바탕으로 평균 이하의 슈팅력, 좁은 수비범위, 느린 기동력 등을 완전히 상쇄시켜버렸다.

올시즌 부상에서 돌아오기는 했지만 더 이상 전태풍, 하승진을 상수로 놓고 KCC 전력을 계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많은 이들이 KCC의 전력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에는 전태풍, 하승진이 건강한 몸으로 한창때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포함됐다.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그러한 기대는 크게 하지 않는게 맞는 듯 보인다. 전태풍은 기술은 여전히 좋지만 몸이 따르지 않아 상대 수비를 예전처럼 제치는게 쉽지 않다. 조금만 무리한 플레이를 펼쳐도 금새 헉헉대기 일쑤다. 하승진 또한 기량은 제자리걸음인 상태에서 신체 능력이 무뎌졌다. 예전처럼 알고도 막지 못하는 수준은 절대 아닌 것이다. 외려 약점을 공략한 상대의 플레이에 KCC가 어려워하는 부분이 많다.

벤치멤버로서 기대받고 있는 김민구, 주태수, 신명호 또한 기량 하락은 마찬가지다. 주태수, 신명호는 주전으로는 2% 아쉽지만 투지 넘치는 수비와 근성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프로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현재는 왕년의 수비능력 발휘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민첩성이 예전 같지 않은지라 빠른 매치업 상대를 만나면 발이 따라가기 어려워졌다.

김민구 또한 교통사고 후 치명적 부상을 당해 이전의 신체능력을 상당부분 상실해버리고 말았다. 이렇듯 현재의 KCC는 단순히 이름값으로 전력을 평가해서는 안되는 상태다.

강팀의 조건, 조직력·스피드·수비에서 모두 의문점

물론 KCC는 단점 못지않게 장점도 여전히 많이 가지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가 치명타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상대팀을 어렵게 할 만한 한수는 보유했다. 전태풍의 노련미와 번뜩이는 센스는 위기 상황에서 큰 힘이 되며 하승진은 여전히 골밑 근처에 버티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상대에게 부담을 안겨준다. 김민구 또한 수비는 몰라도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옛 기량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선수에 대한 관리나 사령탑의 전략이 중요하다. 나이가 많거나 부상이 잦은 선수는 출장시간을 조절해주고 전략적으로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살려야한다.

전태풍의 수비력이 예전 같지 않다면 수비와 활동량이 좋은 최승욱(23·192cm) 등을 파트너로 함께 뛰게 해주고 하승진의 좁은 수비 범위는 발 빠른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수비를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해당 선수 역시 부담감을 덜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하는게 가능해진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사령탑이 할 일이다. 다행히 KCC는 선수층은 넓은 편인지라 다양한 조합을 가져가기에 용이하다.

아쉽게도 KCC는 그러한 부분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각 선수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좀 더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사령탑의 역할이지만 지금까지의 경기만 놓고 보면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KCC는 화려함보다는 궂은 일을 잘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가 필요하다. 전태풍, 이정현, 송교창 등 득점력 있는 토종 선수가 많은지라 공격력은 크게 아쉽지 않다. 노장이 많아 기동력이 떨어지는 팀 사정상 수비에 열정을 보이고 속공시 함께 뛰어주는 부지런한 유형이 딱이다.

하지만 추승균 감독은 지난 두 시즌 간 화려한 테크니션 외국인선수 조합에 연이어 실패했음에도 이번에도 로드를 선택했다. 에밋까지 한꺼번에 바꾸고 새틀을 짰으면 가장 이상적이었겠지만 두 시즌을 함께한 선수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외국인선수마저 또다시 '양날의 검' 스타일을 데려왔다.

로드는 궂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국내 리그에서 내내 뛰어오는 동안 거기에 맞는 마인드를 보여준 적이 드물다. 때문에 플러스 효과는 커녕 노장들과 외국인선수가 엇갈린 플레이를 보이며 팀 조직력 자체가 삐걱거리고 있다. 경기 중 전술운용을 잘하던지 아니면 시즌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지 둘 중의 하나는 되어야 하지만 추감독은 지난 두 시즌 간의 실패를 그대로 되풀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향후 행보 전체를 속단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겠으나 당초의 기대감이 벌써부터 다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 두 경기 만에 KCC는 팬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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