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판이 밀린 7년..법률분쟁 땐 아부다비서 재판 '굴욕협상'

2017. 10. 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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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와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에넥)가 지난해 맺은 핵발전소 공동 운영·투자 계약은 민간주도 발전사업(IPP) 형식이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2014년 5월 계약 승인을 보류하고 2015년 7월 한전 쪽 수익률을 9%로 낮출 것을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10.5%에 합의했다.

한전이 이를 수용하면서 법률 분쟁 시 아부다비 법원에서 다투고, 대출을 보증하는 현지 정부가 계약 이행을 안 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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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수익률 16%서 5.5%p나 깎이고, 법률분쟁때 아부다비 정부는 면책
한전 "당시 국외 목표수익률 6∼8%수준 낮아지는 추세였다" 해명
한전 지분율 18% 상한제한 '발목'..바라카1호기 건설 지연상금 추가
준공일 넘기면 하루 60만달러 물어, 한전 "계약내용 공개 국익 도움안돼"

[한겨레] 한국전력공사와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에넥)가 지난해 맺은 핵발전소 공동 운영·투자 계약은 민간주도 발전사업(IPP) 형식이다. 한전과 에넥이 각각 지주회사 2개를 세워, 양쪽 지주회사가 ‘주주 간 계약’으로 2개의 합작법인을 만드는 형태다. 재원조달과 전력판매를 위한 사업법인 ‘바라카원’(Barakah One)과, 원전 관리·운영을 맡는 ‘나와에너지’(Nawah Energy)다.

19일 김병관·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관련 자료를 보면, 계약조건이 아랍에미리트 정부 쪽의 요구에 하나둘 나빠졌다. 우선 수익률이 대폭 낮아졌다. 한전은 2011년 이사회에서 “지분투자 목표수익률(내부수익률) 16%를 전제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2014년 5월 계약 승인을 보류하고 2015년 7월 한전 쪽 수익률을 9%로 낮출 것을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10.5%에 합의했다. 한전은 이사회에서 두 회사로부터 60년간 거둘 매출액과 배당액을 2012년에는 각각 690억달러, 216억달러로 내다봤지만, 지난해에는 494억달러, 132억달러로 낮췄다. 이에 대해 한전 쪽은 두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당시는 국외 목표수익률이 6~8% 수준으로 낮아지는 추세”였다고 해명했다.

법률 분쟁 시 공정한 절차를 밟지 못할 우려가 커졌다. 한전과 에넥은 애초 런던 법원에서 영국법에 따르기로 했지만,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2013년 2월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모든 사업에 대해 아랍에미리트법에 따라 아부다비 법원에서의 중재, 주권면책포기 조항 삭제 또는 불인정 등 ‘전제조건’을 발표했다. 주권면책포기란 국가가 상업행위의 계약 당사자가 될 경우 면책특권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포기한다는 것인데, 아랍에미리트 쪽은 애초 이를 인정했다가 없애달라고 했다. 한전이 이를 수용하면서 법률 분쟁 시 아부다비 법원에서 다투고, 대출을 보증하는 현지 정부가 계약 이행을 안 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됐다. 통상 국제계약은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분쟁 타결의 일환으로 중재지를 제3국으로 정한다.

한전의 지분율도 18%로 묶이게 됐다. 2012년 이사회에는 18%를 초과할 수 있다고 했지만, 최종 계약에는 18% 초과가 금지됐다. 또 바라카 1호기에 대한 ‘건설지체상금’(LD·준공 지연에 따른 배상금)은 협상 도중 새롭게 추가됐다. 한전은 2012년에만 해도 “지분 투자를 하는 대신 지체상금은 없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 쪽이 2014년 2월 “한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며 압박하자 한전이 수용했다. 실제로 한전이 하루 60만달러의 지체상금을 물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약속된 1호기 준공일은 올해 12월31일이다. 1호기 기본 공사는 올해 5월 끝났지만, 통상 8~9개월 걸리는 시험운전에는 돌입하지 못했다. 또 아랍에미리트 원자력 규제기관인 에프에이엔아르(FANR)의 승인 허가도 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준공일을 두고 에넥 쪽과 다시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계약조건이 후퇴하면서 투자금 회수시기 전망도 늦춰졌다. 한전은 2012년엔 16%의 수익률 등을 전제로 투자금 회수시기를 2026년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전이 지난해 이사회에 보고한 투자금 회수시기는 2039년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에넥과의 계약 내용은 비밀이어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공개되면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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