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워싱턴 Live] 북한은 美정부 파워맨 줄대려는데 한국은 前정부 대화파만 찾고있다

강인선 기자 2017. 10. 2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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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워싱턴 현실 제대로 못봐]
- 美파워맨에 접촉 시도하는 북한
백악관·공화당측 인사에 접근.. CIA 출신 클링너 초청 시도
美언론인 대거 초청 선전戰도
- 前정부 대화파에만 기우는 한국
文대통령, 갈루치·마키 만나
지난 5월 '매파' 매케인은 靑일정 못잡아 방한 취소도

미국과 공식 접촉이 없는 북한은 요즘 워싱턴의 대화파보다는 '강경파'를 좇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알기 위해 공화당이나 백악관 핵심 외교·안보 담당자들과 줄이 닿는 전문가들에 대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북한이 유엔 대표부를 통해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을 평양으로 초청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던 더글러스 팔 카네기 평화연구소 부소장에게는 스위스 등지에서 공화당에 가까운 전문가들과 북한 관료들 간의 대화 모임을 주선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정은이 트럼프에 맞서 위협적인 언사를 쏟아내면서도 물밑에서는 트럼프의 속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공화당 인사들에게 줄을 대려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말의 전쟁'을 벌이던 시기엔 미 언론을 통한 선전전도 시도했다. '북핵 위기 속 평양'의 모습과 결기를 보여주기 위해 미 언론인들을 대거 초청했다. 매체는 보수·진보 가리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월스트리트 저널 서울지국장 조너선 청, 주간지 뉴요커 에반 오즈노스 기자가 각각 평양을 방문했다. 뉴욕타임스의 크리스토프는 지난 12일 "미·북 간에 전쟁이 벌어지면 첫날 1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스탠퍼드대학의 평가를 전하면서 "5일간 북한을 방문해보니 끔찍하게도 그런 핵전쟁이 상상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고 썼다. '뉴요커'는 9월 18일자 기사에서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하고서는 뉴욕 채널을 통해 "평양행 비행기표를 예약해도 좋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평양의 한 외교관은 뉴요커 기자에게 "뉴요커가 매우 영향력이 크다고 들었다"면서 "미·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워싱턴의 대화파에 기운다.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로 분류되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당초 같이 참석하기로 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건강상 이유로 한국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틸러슨“아시아의 주요 파트너는 일본·호주”… 한국은 언급 안해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그는 아시아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한국을 제외한 채 일본과 호주를 언급했다. /AFP연합뉴스

갈루치 전 특사와 페리 전 장관은 20여년 북핵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인물들이다. 갈루치는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 측 수석대표로 '제네바 합의'를 끌어냈고, 페리는 1999년 포괄적인 대북 정책 로드맵이 담긴 '페리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최근 주장은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대화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차이가 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북·미가 조건 없는 협상을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갈루치는 물론이고 미 의회에서 대표적 대북 대화파로 꼽히는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 의원이 이끈 의원단도 지난 8월 순조롭게 문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 문턱은 워싱턴의 공화당 매파들에게는 유독 높다. 지난 5월 초 아시아 순방 중이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면담 일정을 잡지 못해 방한을 취소했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도 5월 방한 중 문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지난 6월 문 대통령이 방미했을 때야 만남이 이뤄졌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 회의 참석차 방문했던 국내 학자와 전문가들은 대부분 "북한에 대한 워싱턴의 태도가 생각보다 강경해서 놀랐다"고 했다. 군사 옵션 사용 가능성을 확신하는 공화당 측 학자가 의외로 많더라는 것이다. 지난달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의 58%는 "미국이 평화적인 수단에 의한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군사 개입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선 82%, 민주당에선 37%가 지지 의사를 보였다.

대화파라고 해서 현재 워싱턴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할 리는 없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팀과 직접 교류하며 정책 조언을 하는 공화당 계열의 전문가·정치인과는 전달하는 워싱턴의 온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핵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느끼는 온도가 다르면 동맹 공조의 긴밀함은 떨어지게 돼 있다.

한·미 외교관들이 사석에서 자신도 모르게 "요즘처럼 한·미 동맹이 안 좋은 시기에"란 말을 하는 걸 보면 이미 온도 차는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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