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간선도로 지하화 구상](上)"도로·철도 지하화로 소음·미세먼지 해결..상부공간 '재생' 필요"

김기범 기자 2017. 10. 1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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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교통기반시설 지하화 본격 공론화
ㆍ극심한 교통정체·도심 단절로 발전 저해 등 민원 잇따라
ㆍ복층 구조 지하 터널, 상부엔 여의도 3배 녹지 등 조성
ㆍ예산은 개발수익으로 충당…도시공간 효율적 활용 기대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2일 경부간선도로 서초IC 부근이 귀향 차량으로 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경부간선도로 양재IC~한남IC 사이 약 6.4㎞ 구간을 지하화하고 지상부를 보행 중심의 친환경 복합공간으로 꾸미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한국의 도시는 도로나 철로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도시발전이 가속화 될수록 이들 교통시설은 환경피해와 도시 불균형이라는 민원을 불러오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토지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지하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지역마다 대안을 찾는 요구는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현장이 경부간선도로(양재IC~한남IC)다. 서울 서초구가 구상하고 있는 지하화사업안을 중심으로 도로·철도 지하화 구상을 3회에 걸쳐 분석해본다.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 구간, 국도 1번 수원 구간, 경인선 구로~도원역 구간…. 모두 없어서는 안될 도로와 철도지만 동시에 숱한 민원을 만들어내고 있는 공통점도 지닌 교통기반시설이다. 도심 한가운데를 관통하면서 균형적인 도시 발전을 막고 소음과 미세먼지라는 환경피해도 지속적으로 시설 주변 주민들에게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들 도로와 철도가 지나는 구간의 지자체들은 제한된 도시의 토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이 시설을 지하화하고, 상부공간에 대한 도시재생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를 가로지르는 경부간선도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초구는 경부고속도로의 일부인 양재IC~한남IC 사이 약 6.4㎞ 구간을 지하화하는 계획을 세우고, 정부와 서울시에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성균관대역~세류역 구간과 국도 1번은 수원 도심을 완전히 단절시키는 사례다. 현재 수원시는 1호선의 지하화를 검토 중이며 국토부는 국도 1번 약 10㎞ 구간을 지하화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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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인천, 부천이 걸려 있는 경인선 철도 구로~도원역 구간 지하화는 구체적인 사업비와 경제성 평가까지 이뤄져 있는 상태다. 한국철도기술원이 지난해 12월 분석한 결과 총사업비는 6조2000억원가량이며 지상부지의 매각비는 6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B/C비율(비용대비 편익)은 0.81로 보통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하는 1.0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서울 서부와 경기 안양, 군포를 지나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는 여러 지자체들이 지하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사업이 표류 중이다.

특히 국가경제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온 경부고속도로는 극심한 교통정체와 도시발전 저해, 소음·미세먼지 등 악영향으로 인해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곳이다.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될 당시에는 강남지역이 서울 도심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심 단절, 소음, 미세먼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경부고속도로는 196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경제발전을 명분으로 추진됐다. 서울~부산 사이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물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1968년 서울~수원 구간 기공식이 현재 만남의광장에서 열렸고, 1970년 7월 서울~부산 전 노선이 개통됐다. 총 공사비는 429억7300만원이 들었고, 연인원 900만명이 동원됐으며, 총 629만평이 도로용지로 편입됐다.

현재 문제가 되는 한남대교 남단~양재IC의 도심 구간 6.8㎞는 2002년 11월 자동차 전용도로로 지정됐고, 12월에는 서울시로 관리권이 이관됐다. 2006년부터는 고속도로에서 빠져 간선도로로 바뀐 상태다. 2015년 기준으로 경부간선도로의 교통량은 하루 21만3997대로, 26만4152대인 올림픽대로와 26만214대인 강변북로 다음으로 많다.

그러나 평균속도는 시속 41.8㎞로 시속 33.2㎞인 서부간선도로 다음으로 느린 상태다. 특히 정체가 집중되는 구간은 상·하행선 모두 반포~서초~양재 사이 구간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실시한 도로공간 입체화 아이디어 공모는 경부간선도로를 포함해 도심을 단절하는 도로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 의지를 담고 있다.

이번 공모에 제출된 아이디어 중 이희정 교수팀의 ‘하이퍼한양로드’는 경부간선도로의 입체화(지하화)와 상부공간 녹지 조성, 4차산업 중심지 조성 등이 주요 골격을 이루고 있다.

하이퍼한양로드 아이디어에는 여의도공원 3배에 달하는 녹지 약 60만㎡를 조성하고, R&D권역, 상업권역, 문화권역 등을 배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복층 구조 지하 터널으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든다. 총 사업비는 2조796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재원조달 가능액은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3조~5조원에 이를 것으로 연구됐다.

도시정책학회 소속 서울시립대 이희정 교수는 “하이퍼한양로드는 도로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대중교통시설을 확충하고, 상습 정체를 해소함과 동시에 기존의 산업 인프라를 재활용하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다”며 “현재 서울은 청년 창업 공간이나 신기술의 테스트베드로 삼을 만한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경부간선도로 입체화는 서울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경쟁력 있는 도시로 탈바꿈하는 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율주행차량이나 드론 같은 새로운 교통 시스템이나 신기술 등이 기존 도시 시스템과 정교하게 잘 연결되는지 여부를 도심 한복판에서 실험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경부간선도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높은 잠재력을 지닌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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