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의 '매파 본능'..시장금리 수직 상승했다(종합)

김정남 2017. 10. 1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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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예상 벗어난 李총재 매파 발언에 들썩
국고 3년금리 2% 돌파..2015년 2월 이후 최고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19일 오전 11시25분께 한국은행 기자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직후, 이주열 총재가 마이크 앞에 섰다.

기자회견 초반부터 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2.8%보다 더 높은) 3.0%로 전망합니다.”

당초 금융시장의 전망은 2.9%에 더 기울어져 있었다. 한은이 정부와 같은 수준인 3.0%까지 상향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았다. 가뜩이나 오전 11시께 나온 금통위 통화정책방향문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터였다. 한은도 3.0% 성장률 전망에 동참했다는 것은 이같은 관측에 기름을 부었고, 특히 채권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2분 뒤, 이 총재는 또 한 마디를 했다. “이일형 금통위원이 (현재 1.25%에서 1.50%로)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소수의견은 강력한 인상 신호로 받아들여 졌다.

◇‘매파 한은’에 채권시장 ‘패닉’

당장 채권시장은 약세 폭을 키워갔다. 오전 11시 이전만 해도 강보합권에서 움직이던 10년 국채선물(LKTBF)은 11시를 기점으로 약세 전환했고, 11시30분이 넘어가면서 순식간에 40틱 정도 급락했다. 3년 국채선물(KTBF)도 비슷하게 움직였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내리는 건 그만큼 선물가격이 약세라는 의미다.

이 총재는 ‘매파 본능’을 더는 숨기지 않았다.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작심한듯 “금융 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시장 한 참가자는 “3.0% 전망치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놀랄 겨를도 없이 일단 파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한은의 예상치 못한 ‘강성 매파’ 시그널에 깜짝 놀랐다. 동시에 당장 다음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한은의 경제전망이 기준금리 인상 요건에 부합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다음달 올해 마지막 금통위라는 점에서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도 “예상보다 소수의견이 빨리 나왔다”면서 “다음달 또는 내년 이 총재 임기 전 1회 인상이 유력해졌다. 내년 2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내다봤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 차례 인상은 기정사실화된 만큼) 연속 인상 여부로 옮겨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9.85포인트 하락한 2473.06로 장을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고 3년금리 2년8개월來 최고

채권시장은 결국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3년 국채선물과 10년 국채선물은 각각 26틱, 39틱 하락한채 마감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7.1bp(1bp=0.01%포인트) 상승한 2.006%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15년 2월27일(2.034%) 이후 거의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년물 금리가 2.0%를 넘은 건 2015년 초 이후로는 전례가 없다. 당시 한은 기준금리는 2.00%. 현재와 75bp, 그러니까 세 차례 기준금리를 변동한 만큼 차이가 난다. 현재 3년물 금리 수준은 시장이 인상을 이미 두 차례 정도 반영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고채 5년물 금리도 7.1bp 오른 2.210%에 마감했다. 2015년 5월12일(2.215%) 이후 최고치다. 10년물 금리도 3.7bp 오른 2.429%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주식시장도 소폭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9.85포인트 내린 2473.06으로 거래를 마쳤다. 예상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상은 추후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외환시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5원 상승한(원화가치 상승) 1132.4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히려 최근 달러화 강세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은 원화 이슈보다는 달러화의 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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