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시진핑의 신시대 연설에 16차례 언급된 마르크스
중국 공산당 뿌리 강조하며 이론 무장 촉구
불균등 발전, 양극화 해소에 2기 역량 집중
중국식 사회주의 우월성 증명 나설 듯
하지만 장ㆍ후 두 사람 때는 별로 사용하지 않던 용어를 시 주석은 여러 차례 언급했다. 바로 마르크스ㆍ레닌(ML)주의란 용어다. 물론 ML주의가 중국 공산당 당장에 언급돼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부정하진 않지만, 개혁ㆍ개방 이후 특히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의 중국 지도자가 ML주의와 중국 공산당의 연계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사례는 드물다. 이념적 정체성 보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달랐다. 그는 우선 중국 공산당의 뿌리가 ML 주의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창당 96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의 역사를 회고하는 대목에서 “100년전 10월 혁명의 첫 포성과 함께 ML주의가 중국에 전파됐다”며 “중국의 선진분자들이 ML주의의 과학적 진리 속에서 문제 해결의 출로를 발견했고 1921년 중국 공산당이 시대적 요구에 의해 탄생했다 ”고 말했다. ML주의로 무장한 중국 공산당이 아편전쟁 이후 수난을 극복하고 혁명에 성공했고 공산당의 지도아래 중국 인민이 각고의 노력을 한 결과 '중국의 꿈' 실현의 문턱에 와 있다는 게 시 주석이 요약한 중국 현대사의 줄거리다.
시 주석은 이번 당대회 연설에서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모순이 출현한다”며 먹고 입는 문제가 해결된 이후 나타난 ‘불균형 발전’을 새로운 모순으로 규정했다. 극심한 계층 양극화와 지역간 격차 등의 문제 해결에 집권 2기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마르크스주의자로서 ‘평등’이념에 대한 지향을 드러낸 대목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의 생존을 위해 ‘디지털 레닌주의’의 실현을 꾀하고 있다”(18일자 월스트리트저널)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의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제바스티안 하일만 연구원은 이 신문에 “시 주석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과거의 오류를 수정하고 중국 경제의 세세한 부분을 관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의 이념의 또다른 축은 중화주의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초기부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나 ‘중국의 꿈’을 제창하며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드러내 왔다. 이번 연설에서도 중국 문화 전통에 대한 긍지와 계승을 여러 곳에서 언급했다. 반면 “개인주의, 분권주의, 자유주의를 단호히 방지하고 배격해야 한다”며 서구식 가치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서구식 제도 도입을 통한 정치 개혁과는 정반대의 노선을 견지하면서 중국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워싱턴포스트의 전 베이징 지국장인 존 팜프레트는 “시진핑 주석의 사상은 고대 왕조 시대의 중국 사상과 스탈린 시대 급진사상의 혼성곡”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 주석은 당을 유지하기 위해 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탈린의 가르침에 충실하다”며 반부패 캠페인과 사상 통제 등 강권 통치를 스탈린 시대에 비유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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