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수저' 채용 의혹 감사원 고위직 아들..이력서에 아버지 이름, 소개서엔 "평생 공직 롤모델"

박유미 2017. 10. 19. 19: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직 사무총장, 전직 국장 아들 모두 이력서에 부모님 이름 적어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공개, 감사원 "기재 않는다" 했지만 거짓
로스쿨 출신에 민간 경력 각 7개월, 8개월인데도 1등 합격
채점표엔 연필로 '중'이라 썼다 '상'으로 바꾼 흔적도
채용 의혹 국민감사 청구 기각, 감사원장 "위법 없었다"

“저는 유년기 동안 평생을 공직에서 보내신 아버지 아래에서 겸손과 성실 그리고 헌신에 대해 배웠습니다.” 로스쿨 출신의 A씨가 2013년 감사원 ‘경력자 경쟁 채용시험’ 당시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의 첫 줄이다. 소제목은 ‘롤모델로서의 아버지, 법과 원칙 그리고 공명정대’였다. 그의 부친은 감사원 전 사무총장이었다.

본지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진태 의원(자유한국당)을 통해 감사원에 확인한 결과다. A씨는 이력서에 부모의 이름도 명기했다. 2012년 채용된 로스쿨 출신 변호사 B씨도 이력서에 부모의 이름을 기재했었는데 그의 부친은 감사원 국장 출신이다. 앞서 감사원은 “자기소개서에는 가족의 직업·직위와 같은 신상자료를 기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각각 네 명 뽑는데 두 사람 모두 1등으로 채용됐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A씨가 뽑혔던 2013년 경쟁률은 111대4, B씨가 뽑힌 2012년엔 63대4였다. A씨와 B씨는 민간 경력은 그러나 7개월과 8개월에 불과했다. 2016년 이후 도입된 경력기간 별 배점 기준을 적용하면 4점 만점에 1점을 받을 정도였다. 특히 A씨의 면접 채점표에는 연필로 ‘중’에 표시했다가 최종적으로 ‘상’으로 바뀐 흔적이 있었다. A씨는 서류전형 뿐 아니라 면접에서도 만점 가까이 받았다.
2016년 감사원 경력자 채용 서류전형 심사표 [김진태 의원실]
2012~2013년 감사원의 서류전형 심사표. [김진태 의원실]
김진태 의원이 이날 오전 감사원 국감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을 때 황찬현 감사원장은 “의심받을만하다고 보여지겠지만 위법행위가 없었다”고 했다. 김 의원이 “2015년에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 청구까지 제기됐다”고 묻자 “청구가 들어왔지만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기각을 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오후 “가족관계가 자기소개서에 기재가 돼있다. 현재 서류전형 기준에 따르면 두 사람은 1점 밖에 못 받는데 저 기준이면 채용이 어려울거다”고 추궁하자 황 원장은 “확인을 해보겠다”고 물러섰다. 이후 담당자에게서 쪽지를 전달받고 나서 “(부모 이름이) 자기소개서에 기재가 돼 있는 걸로 돼 있다”고 수긍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김 의원은 “전직 사무총장 아들, 국장 아들이 응시하니까 서류 전형에 기라성 같은 응시자들이 쇄도하는데도 1등을 주고, 최종 1등으로 합격을 했다”며 “어떻게 간부가 자기 아들을 자기가 근무한 기관에 응시하게 하느냐. 저도 아들이 있는데 국회 사무처에 응시한다고 하면 말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기업 채용비리가 다 이런 데서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