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패션거리, 라이프스타일을 입다

이혜운 기자 입력 2017. 10. 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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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은 의류점, 내부엔 명품잡화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 방향

고급 브랜드 1년새 앞다퉈 입점

구호, 슬리퍼부터 가구까지 판매

란스미어는 기념일에 꽃배달도

가로수길 떠난 30대 고객 유입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지하철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즐비하다. 2010년 이 거리에 둥지를 튼 일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 '꼼데가르송'을 비롯, 삼성물산 패션 브랜드 '비이커(Beaker)' 플래그십 매장(브랜드 체험 매장)과 더불어 올 들어서 미국 패션 브랜드 '띠어리(Theory)'와 H&M이 만든 고급 브랜드 '코스(COS)', 국내 유명 디자이너 '구호(KUHO)' 매장까지 합류했다. 건너편에는 코오롱FnC가 운영하는 남성 의류 '시리즈(Series)' 매장이 있고, 그 옆에는 동서식품 커피 플래그십 매장이 공사 중이다. 원래는 주로 평범한 식당과 사무실 건물이 자리를 차지했던 거리다. 아이리버가 만든 음악 감상 명소 '스트라디움'과 현대카드가 조성한 음악 서점 '바이닐앤플라스틱', 도서관과 서점을 결합한 '북파크'와 뮤직라이브러리도 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패션 매장 아닌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이곳에선 간판은 '의류 브랜드'를 표방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다양한 제품들이 섞여 있다. 이른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구호' 매장에선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연면적 628㎡ 공간에 구호 제품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80%는 전 세계를 돌며 '트렌드'에 맞게 수입한 제품들이다. 이탈리아 건축가 알베르토 피네티가 만든 고급 가죽 소품 브랜드나 호주 브랜드 본디워시 등 유명 해외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회사 제품들도 같이 판다. 매장 안을 꾸미고 있는 인테리어 가구들까지도 판매를 전제로 진열한 제품들이다. 매장 내부는 김종완 종킴디자인스튜디오 소장이 담당했다. 윤정희 삼성물산 여성복사업부장은 "이제는 단순한 의류를 넘어 전체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 의류 브랜드 란스미어 매장은 '싱글남 생활을 위한 모든 것'을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이발·면도용품에서 면도솔, 듀퐁 만년필과 가방, 우산, 안경, 화분까지 전시했다. 꽃 코너에서는 기념일을 미리 알려주면 그 날짜에 배달도 해준다.

건너편 '시리즈' 매장도 '남자의 방'이라는 개념 아래 꾸며졌다. 셔츠 전문 라인 '셔츠 바이 시리즈'와 직수입하는 다양한 소품을 판매한다. 송경호 시리즈 마케팅 과장은 "시리즈 매장을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라는 개념으로 운영하며 비정기적으로 귀농·귀촌 농부들 수확물을 판매하는 '구례마켓'을 비롯, 음악 공연과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이커' 매장은 서랍을 쌓아 만든 계단 인테리어로도 유명하다. 의류 외에 책, 화장품, 빗 등 생활 소품, 그릇과 청소 도구도 판매한다. 비이커 관계자는 "패션 공간을 뛰어넘어 문화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비이커 매장뿐 아니라 꼼데가르송 매장 등에는 카페도 같이 입점해 있다. 띠어리 매장에는 정원이 있어 종종 파티도 열린다.

◇거리 곳곳에 문화·예술 이미지

이곳은 리움미술관뿐 아니라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공연장 블루스퀘어, 북파크 등이 들어오면서 문화·예술 거리로도 변신 중이다. 현재 음악 감상실 '스트라디움'은 패션과 음악이 결합한 매장을 만들기 위해 공사 중이다. '구호'도 3층을 미술관으로 만들어 첫 전시로 프랑스 작가 폴 콕스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종전에는 플래그십 스토어 단골 터전으로 가로수길을 꼽았지만 이곳 주력 연령대가 어려지고 이미지가 살짝 쇠퇴하면서 상대적으로 이태원·한남동 상권이 뜨고 있다. 북파크를 운영하는 카오스재단 관계자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주도하는 30대 고객들이 가로수길을 떠나 한남동으로 유입되면서 고급 브랜드들이 입성하고 싶은 첫 번째 지역으로 한남동이 뜨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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