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하는 축구협회&정몽규 회장.. 문제는 불신이다

입력 2017. 10. 19. 18:15 수정 2017. 10. 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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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현실과 떨어진 공회전. 미증유의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 하지만 축구협회의 안일한 문제 인식을 보고 떠오르는 말이었다.

한국 축구는 보기 드문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 연이은 악재 도미노가 터지면서 신태용호를 넘어 축구협회도 흔들리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부진으로 퇴임했지만, 신태용호에서도 전혀 개선된 것은 없다.

대표팀은 월드컵 9회 연속-10회 진출을 이뤘지만 경기력은 심각했다. 신태용호는 이어지는 러시아-모로코와 평가전서 각각 2-4, 1-3의 완패를 당했다. 대표팀이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수준 이하의 플레이가 연속으로 펼쳐졌다.

설상가상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10월 세계랭킹에서 우리나라는 62위로 중국(57위)에 뒤지면서 문제는 더욱 커졌다. 단순한 자존심을 떠나서 몰락한 FIFA 랭킹은 가뜩이나 희미한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희망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조추첨에서도 최악의 조에 포함될 가능성이 가뜩이나 높아졌다. 한 마디로 월드컵을 향한 로드맵 자체가 망가졌다는 것이다.

축구 내적인 문제만 터진 것이 아니다. 외적으로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거짓말 논란까지 생기면서 한국 축구 팬들은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지난 15일 신 감독과 김 위원장 귀국 당시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이라는 모임이  '한국 축구는 사망했다', '문체부는 축협비리 조사하라'는 걸개를 내걸고 항의하기도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대표팀의 문제는 경기력이다. 신 감독이 급하게 부임해서 경기력이 좋지 않다. 결국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기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하며 “협회 내부 문제는 없다. 월드컵 총력 지원 노선은 이미 잘 돌아가고 있다. 단지 경기력이 안 좋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정몽규 회장 역시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보고 체계의 단순화를 통한 새로운 조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에도 비난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제 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은 부진한 경기력을 뛰어넘었기 때문. 부진한 경기력이 한국 축구를 둘러싼 논란의 발단일 수는 있어도, 격하시킨 것은 다양한 현안에 안일하게 대처한 잘못이 더욱 크다.

단적인 예로 히딩크 논란 당시 김 위원장은 강하게 노제호 히딩크 재단 사무총장과 이야기 나눈 적은 없었다고 불쾌함을 나타냈다. 하지만 노 사무총장이 공개한 카톡에 따르면 분명히 히딩크에 대한 연락이 왔었다. 김 위원장이 카카오톡을 까먹었다고 항변하자, 노 사무총장은 통화를 나눈 내역도 있다고 반박한 상태다.

한 마디로 김 위원장의 말실수가 사태가 일을 더욱 키웠다. 경기력을 넘어 축구협회를 대표하는 김 위원장의 연이은 안일한 대처는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결국 김 위원장과 정 회장이 위기 타파책으로 경기력 증진을 꺼낸 것 자체가 미봉책에 불과하다. 경기력 상승이 불신을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경기력 회복만을 강조하는 김 위원장과 정 회장의 발언은 아직 현실을 잘 알지 못한다고 밖에 말할 수 밖에 없다.  여러 가지 논란은 결국 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제 축구협회 입으로 무슨 말로 먼저 의심보고 하는 지경이다. 긴급 기자회견서 정 회장은 인사 혁신과 조직 개혁도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안은 하나도 없는 단순하게 믿어달라는 호소에 그쳤다. 결국 경기력 부진에 대한 대책말고는 아무것도 설명이 되지 않았다.

축구협회를 대표하는 두 인물의 사태 파악은 여전히 현실과 떨어진 공회전에 그치고 있었다. 정 회장과 김 위원장은 한 목소리로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없이 대표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응원과 지지를 부탁했다.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대표팀과 축구협회부터 공회전을 멈추고 변해야 한다. 공회전 상태가 장시간 이어지면 엔진이 멈출 수 있다. 한국 축구를 위한 변화가 절실하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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