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진 축구협회의 인식, 이게 사과인가?
한국 축구에 대한 실망이 부진한 경기력이 전부일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55)이 축구팬들의 질타 속에 공식 사과했지만, 동떨어진 현실 인식만 확인했다.
정 회장은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협회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 일정은 이날 오전 갑자기 잡혔다. 정 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과한 것은 최근 축구대표팀의 부진과 협회 임직원의 공금 유용,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부임 논란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신뢰를 잃은 데 대한 해명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초기에 명확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이 없으면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사과와 함께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을 해결할 수 있는 나름의 대책을 내놨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신태용 대표팀 감독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면서 부족한 경험을 채울 수 있는 외부 코칭스태프 영입을 약속했고, 대표팀 전담 지원팀의 출범도 선언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8인제 축구 도입과 K리그 의무 출전 연령을 22세로 내리는 등 유·청소년 축구 지원책도 제시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사과가 협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현 상황의 본질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임 집행부 시절이라지만 협회 수뇌부가 배임과 사기 등으로 기소된 상황에서 인적 쇄신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내놓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협회 전반에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안다. 협회도 변화를 통해 혁신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실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어떤 움직임도 없다. 경찰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공금 유용을 저지른 직원들이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협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또 다른 이유인 ‘회전문 인사’도 여전하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경질 타이밍을 놓고 그 시기를 몇 차례나 실기했지만, 책임을 져야 하는 인사가 또 다른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회장은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해 내부(문제)에 대해 차후 설명드리는 시간을 갖겠다”며 대답을 미뤘다.
협회가 이번 사태가 일어난 원인을 부진한 경기력 때문만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근본적으로 성적이 나빴기 때문이다. 다른 배경은 잘 모르겠다”며 “(협회에 대한 신뢰 여부는)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능력이 부족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침묵하고 있는 협회는 정 회장의 사과로 일련의 사태가 정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해 축구 팬들이 분노한 상황에서 정 회장의 사과가 해결의 촉매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혁 조치 없이 사과 기자회견만으로 들끓는 여론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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