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없는' 브렉시트가 불러올 일상의 혼돈 6가지

이선목 기자 2017. 10. 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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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5차 협상이 ‘이혼분담금’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블룸버그는 ‘합의가 없는’ 브렉시트가 진행될 경우 일상에 불어닥칠 혼돈 6가지를 정리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 브렉시트 반대 시위자가 EU국기가 그려진 우산을 들고있다./블룸버그 제공

앞서 EU와 영국은 지난 9일부터 열린 브렉시트 5차 협상에서 200억유로(약 26조원) 규모의 재정분담금 이행 문제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이어 19~20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진행하고자 했던 브렉시트 2단계 협상도 중단키로 했다.

블룸버그는 만약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없이 브렉시트를 진행하게 된다면 항공, 식품, 의약품, 과학기술, 제조업, 음식점 등 국민들의 일상 생활의 많은 부분을 혼란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덜란드의 라보뱅크는 영국과 EU의 교역 관계가 사실상 무너지는 ‘하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때 2030년까지 4000억파운드(약 600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브루킹스 연구소는 영국의 1인당 소득이 2.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블룸버그는 합의 없는 브렉시트가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 미칠 수 있는 영향 6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① 항공편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Ryanair)는 앞으로 영국과 유럽을 오가는 항공편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부 장관은 이에 대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지만,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아울러 영국 저가 항공사인 이지젯(Easyjet)도 본사를 오스트리아 빈으로 옮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에서 노선을 계속 운행하기 위해서는 본사를 영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옮기거나 영국 지분을 축소하고 EU 지분을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본사를 유럽 내 다른 국가로 옮기더라도 기존 유럽재판소가 관할하던 EU 노선 공유 협정이 아닌 새로운 노선을 재협상해야 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유럽 내에서 운행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라이어에어 항공기/라이언에어 공식 홈페이지 제공

다만,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이 경우 EU 역시 영국 못지 않은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협상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② 식료품

본격적인 브렉시트 이후 식료품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영국은 국가 전체에서 소비되는 식료품의 절반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관세가 상승하면 식료품 가격 인상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주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이 차단되면서 영국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을 수확할 노동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③ 의약품

의약품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는 것도 위험한 변화다. 의약품은 약물 테스트부터 제품 등록까지에 많은 비용이 들고 긴 시간이 소요된다. 브렉시트 이후 국가 간 규제가 엄격해진다면 이 과정은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영국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스칼 소리옷 최고경영자(CEO)는 “정부가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규제 체계를 수립하고, 적기에 제품을 선적할 수 있는 새로운 절차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또 영국은 물론 유럽 내에서 승인된 모든 의약품을 보유할 수 있는 EU 산하 기구 유럽 의약품청(European Medicines Agency·EMA)을 잃게 될 것이다.

④ 기술

영국 자동차 기업 벤틀리 모터스의 ‘신형 컨티넨탈 GT’./벤틀리 모터스 코리아 제공

합의 없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기술 기업들은 개인 정보 보호 규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는 해먼드 장관도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영국과 유럽경제지역(EEA) 간에 개인의 데이터가 계속 제공될 수 있지만, 만약 EU가 영국에 보관되는 개인 데이터에 적용되는 영국의 개인 정보 보호법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유럽 당국의 법적 조치가 있을 수 있다. 즉, 기업들이 이를 위해 벌금을 내거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고, 이 경우 신속한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⑤ 제조업

제조업은 영국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조업에 약 300만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고, 영국 수출의 절반 이상을 제조업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많은 영국 제조업 기업들이 혼란스러운 브렉시트 협상 과정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자동차 산업은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지만, 부품의 경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일부 부품이 필요할 경우 세관에서 이를 막게 되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또 기업들은 이전과 달리 각 국가별 관료주의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영국자동차제조무역협회(Society of Motor Manufacturers and Traders)는 EU 관세청이 수입 자동차 관세를 평균 1500파운드(약 220만원) 인상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⑥ 음식점

많은 음식점들과 술집들이 브렉시트를 경계하고 있다. 노동력 감소가 가장 걱정거리다. 현재 영국 정부는 저숙련 EU 노동자의 체류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음식점 주방에서 일하는 근로자 5분의 1 이상이, 매니저의 3분의 1 이상이, 그리고 웨이터의 4분의 3은 EU 이주민이다. 이에 영국접객업협회(BHA)는 접객 산업의 노동력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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