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충돌하는 文정부 경제정책]혁신성장 외치며 기업 옥좨.."액셀·브레이크 동시에 밟는 격"

이태규 기자 입력 2017. 10. 19. 17:35 수정 2017. 10. 20.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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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금지로 신규고용 타격
일자리 확대 정책과 정면배치
최저임금 인상·근로단축으로
中企 경영비용 24조나 증가
"정책 컨트롤타워 구축 못하면
상당수 경제정책 효과 못낼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최근 발표되는 문재인표 경제정책의 상당수가 서로 충돌해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혁신성장과 일자리를 외치면서도 기업 옥죄기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상생 경제를 외치면서도 행정해석 폐기, 기간제한 폐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양립이 힘든 정책을 토해내고 있다. 그야말로 기업인들에게 ‘동그란 네모를 그려라’라는 이상한 형국이다.
19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중소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텐데 그러면서도 중기를 키우는 정책을 쓰겠다고 해 정책이 충돌할 수 있다”며 “어느 정권이건 정책 간 충돌은 항상 있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심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제정책이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아 차가 나아가지 못하고 파열음만 낼 수 있다는 자조 섞인 하소연으로 들린다.
◇기간제 금지는 다양한 형태 고용 방해=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18일 일자리위원회에서 발표된 기간제 근로자 원칙적 채용 금지다. 고용노동부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 4명 중 1명은 기간제 근로자다. 고용인 300인 이상 3,407개 회사의 직접고용인원 385만2,000명 중 기간제는 92만8,000명으로 24.1%다. 이들이 담당하고 있던 업무를 정규직을 채용해 충당하라고 하면 기업 입장에서 비용은 늘어나고 혁신성장에 나설 여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있어야 한다”며 “미국 등 선진국은 실제 이를 통해 앞서 가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평생직장을 유도하면서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결국 혁신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엇박자 정책으로 기업들이 아예 채용을 안 할 수도 있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관련 법안의 검토보고서에는 “비정규직 고착화를 방지할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등 전체 일자리 창출 능력이 감소하고 기간제 근로자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하도급 업체가 수행해 근로여건이 더 열악한 근로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명시돼 있다. 임이자 환노위 자유한국당 간사는 “법안 통과까지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합의 없이 밀어붙이면 근로자에게 오히려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행정해석 폐기, 중기 부담 8조원 넘어=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행정해석 폐기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도 마찬가지.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을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면 우리 경제에 연간 12조3,000억원의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모든 0~5세 아동이 있는 가정에 매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에 정부 임기 5년간 들어가는 돈(13조4,000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특히 근로자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 부담이 8조7,000억원으로 대기업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송 부원장은 “물론 주요국 중 손에 꼽을 만큼 긴 한국인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중기 경영비용이 늘어나 중기를 키우겠다는 정책 기조와 반대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 인상 역시 중기에 직격탄을 날리게 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년 최저임금 16.4% 인상에 따른 중기 추가 인건비를 15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물론 정부가 인건비를 보전해준다지만 지원액(3조원)이 턱없이 적다. 역시 중기를 육성하겠다는 국정 기조와 배치되는 경제정책이며 일자리 역시 줄어들 수 있다. 현장에서는 “복잡한 행정절차를 따라야 하는 최저임금 인상 지원분을 기대할 바에 일단 직원 수를 줄이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실정이다.

◇정책 조율 컨트롤타워 필요=이 외에 유해·위험성이 높은 작업의 사내 도급 원천 금지, 양대지침(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폐기 등도 모두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어서 혁신성장 정책을 갉아먹을 수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혁신성장을 추진하며 기업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R&D 투자세액공제를 축소하고 법인세는 올리는 것도 앞 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정책을 낱개로 놓고 보면 다 좋은 것들이지만 큰 그림에 놓고 맞춰보면 퍼즐끼리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 관련 참모, 부처들이 저마다 하고 싶은 정책을 밀고 나간 결과로 보이는데 이를 조율할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미흡해서 생긴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태규·권경원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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