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월호 직후 등장한 '과격 청년단'..청와대 배후 의혹

손국희 2017. 10. 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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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무수석실 문건, 업무일지 등 확보
"고령층 대신 활동력 있는 청년 단체 필요"
세월호 농성장 난입, 해머 퍼포먼스 등 주도
2014년 12월 11일 한 청년단 회원이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철거를 시도하며 시민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등장한 ‘과격 성향’의 청년 보수단체들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를 검찰이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후 청와대의 지시로 설립되거나 지원을 받아 운영된 것으로 의심되는 ‘관제 청년단체’들이 여럿 있다. 당시 정무수석실 회의록과 관계자 진술 등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말했다.

세월호 참사 뒤 박근혜 정부의 ‘부실 대응’ 논란으로 정권에 부정적인 여론이 커졌다. 이때 ‘한겨레청년단’ 등 ‘청년’을 내세운 오프라인 시위 단체들이 생겨났다. 2014년 10월 설립된 한겨레청년단은 서울 광화문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창단식을 가졌다. ‘종북좌파 척결’ ‘반공’ 등을 모토로 내세웠다. 어버이연합 사무부총장 출신 박모씨와 탈북 여성단체 대표 이모씨 등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검찰은 20~40대 연령층으로 구성된 이 단체 회원이 약 50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에 난입해 철거를 시도하거나 친정부적 성향 시위에서 ‘해머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주로 과격한 성향의 시위를 주도했다. 2014년 12월 ‘신은미ㆍ황선 통일콘서트’ 행사장에 인화물질을 투척한 고교생 오모군을 옹호하는 집회에 관여하기도 했다.

2014년 10월 6일 한겨레청년단 회원들이 창단식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중앙포토]
검찰은 이들 청년단체 설립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단서를 포착해 살피고 있다. 2014년 7~9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진행된 회의록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자필 업무일지, 관계자 진술 등이 수사 자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시기 정무수석실의 공식, 비공식 회의에선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같은 고령층 단체들의 이미지가 많이 소모돼 청년단체 설립이 필요하다” “고령층들만 화면에 잡히는 ‘화형식’ 퍼포먼스나 ‘고발장 제출’ 같은 방식으론 이슈 전환이 어렵다” “활동력 있고 젊은 청장년들로 구성된 단체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과 지시가 나왔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조윤선(2014.06 ~ 2015.05)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단체들의 설립과 지원을 직접 지시한 것인지,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아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 등 ‘실행 라인’으로 하달한 것인지 살펴볼 방침이다. 화이트리스트 의혹의 주요 피의자인 조 전 수석은 지난달 출국이 금지됐다. 현재 화이트리스트 의혹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에서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단체의 활동자금 일부가 어버이연합을 거쳐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전경련ㆍ국정원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어버이연합이 이들 ‘보수 청년단체’ 자금 지원의 창구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 관계자는 “사무실 등을 따로 갖추지 않고 ‘플래시몹’ 형태로 집회에 동원되는 방식”이라며 "활동에 참가한 뒤 어버이연합을 통해 지원금 등을 받은 단체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같은 시기 ‘청년’ 이름을 내건 다른 단체들의 배후에도 청와대가 있었던 것인지 확인할 계획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관제 단체 의혹이 있는 강성 청년단체들 이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 지시로 설립돼 고발장 제출이나 성명 발표 등에 나선 것으로 의심되는 청년단체들에 대해서도 구성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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