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책세상] 노동시장의 새 괴물 '클로프닝'을 아십니까?

김석일 입력 2017. 10. 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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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직장인들 사이에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가 있다.

클로프닝(clopening). 이 단어는 상점이나 카페의 종업원이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매장 문을 닫고 퇴근한 다음, 불과 몇 시간 후 새벽 동도 트기 전에 다시 출근해서 매장 문을 여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한 명의 종업원이 매장 문을 닫고 여는 클로프닝은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는 효율적인 업무 방식이다.

그런데 클로프닝이 도입되자 들쭉날쭉한 근무 일정 때문에 그녀는 정상적인 삶의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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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직장인들 사이에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가 있다. 클로프닝(clopening). 이 단어는 상점이나 카페의 종업원이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매장 문을 닫고 퇴근한 다음, 불과 몇 시간 후 새벽 동도 트기 전에 다시 출근해서 매장 문을 여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한 명의 종업원이 매장 문을 닫고 여는 클로프닝은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는 효율적인 업무 방식이다. 그러나 노동자에게는 수면 부족과 빡빡한 일정에 쫓기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종잡을 수 없는 불규칙한 근무 일정이 갈수록 보편화되고 있다. 이 같은 업무 방식의 최대 피해자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월마트 같은 기업들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클로프닝의 최대 피해자는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 unsplash

2014년 <뉴욕타임스>는 재닛 나바로라는 고학생 싱글맘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다. 그녀는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대학을 다니고 4살짜리 아이를 홀로 키우며 직장인, 학생, 엄마 1인3역을 해내고 있었다. 그런데 클로프닝이 도입되자 들쭉날쭉한 근무 일정 때문에 그녀는 정상적인 삶의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규칙적으로 보육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결국 학업마저 포기하고 말았다. 요컨대 재닛은 일 말고는 어떤 것도 자신의 계획에 포함시킬 수 없었다.

너무 극단적인 예가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는 아주 전형적인 사례다. 미국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요식업 분야 종업원의 3분의 2와 소매업체 종업원의 절반 이상이 변경된 일정을 길게는 1주일 짧게는 하루나 이틀 전에 통보받는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은 교통편을 구하거나 아이 맡길 곳을 찾느라 종종 걸음치고 있다.

저임금 노동력의 공급 과잉이 노동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 unsplash

미국에서는 저임금 노동력의 공급 과잉이 노동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기껏해야 시간당 8달러를 받는 일자리에도 구직자가 몰려들고 있다. 노동력 공급 과잉과 노동자를 대변해줄 유능한 노동조합이 극히 드문 상황과 맞물려서, 노동자들은 사실상 아무런 협상력도 갖지 못한다. 이는 소매유통업과 요식업의 공룡들이 과도한 이탈을 겪지 않으면서도, 갈수록 불합리해지는 일정을 소화하도록 종업원들의 삶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만든다.

종업원들의 삶은 피폐하지만 기업들의 곳간에는 합리적 경영의 결과인 양 돈이 쌓인다. 이런 최적화 프로그램은 어느 기업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종업원들은 애써 직장을 바꿔봐야 자신의 운명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일정 관리 소프트웨어가 노동자들에게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자녀도 커다란 피해자다. 이런 부모를 둔 아이들은 평범한 일상을 경험하지 못한 채 성장한다. 아이들은 아침 식탁에서 피곤에 찌든 채 눈을 간신히 뜨는 부모의 모습과 마주한다.

혹은 저녁도 먹지 못하고 급하게 뛰쳐나가는 모습이나, 일요일 오전에 자신들을 돌보는 문제로 외할머니와 입씨름하는 엄마를 보며 자란다. 이렇게 정돈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삶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효율성의 오남용을 고발하고 기업들을 질책해 옳은 일을 하게 만드는 대항세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unsplash

기업의 일정관리 모형은 정의 구현이나 모두의 이익이 아니라, 효율성과 수익성에 맞춰 최적화된다. 이는 자본주의의 본질이기도 하다. 기업에게 수익은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산소나 마찬가지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잠재적인 비용절감 가능성을 거부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고, 부자연스러운 행위로 여겨진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올바른 기업윤리를 확립하기 위해서, 이 사회에는 기업의 전횡과 맞설 대항 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빅데이터의 영향으로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현대사회일수록 효율성의 오남용을 고발하고, 기업들을 질책해 옳은 일을 하게 만드는 대항 세력 더욱 더 필요하게 된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캐시 오닐 (‘대량살상 수학무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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