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차세대 반도체 생산장비 대량 구매.."7나노 시대 경쟁사 진입 차단"

이다비 기자 2017. 10. 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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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가 한 대당 200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반도체 생산장비를 대량 구매하며 7나노 이하 최첨단 미세공정 기술 선점에 나섰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이 생산된 웨이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에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10여 대를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는 ASML 측과 EUV 장비 대량 구매를 놓고 세부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구매를 조율중인 EUV 노광장비 10여 대는 ASML이 1년에 출하할 수 있는 전체 EUV 노광장비 수와 맞먹는다. ASML은 올해 출하 가능한 EUV 노광장비 물량이 약 12대일 것으로 보고 있다. ASML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장비업체다.

삼성전자가 이전에도 차세대 반도체 생산장비를 경쟁업체에 앞서 전략적으로 독점 구매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사실상 동일한 전략으로 경쟁사를 압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ASML측은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점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란 빛을 이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 패턴을 그리는 차세대 반도체 생산장비다. 가시광선보다 짧은 13.5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파장을 이용한 리소그래피(집적회로 설계) 기술을 활용한다. EUV 노광장비는 10나노 이하 반도체 미세 공정을 구현하고 반도체 공급량을 늘리는 데 필수적인 장비로 여겨지고 있다.

ASML은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 인텔 등의 지원을 받아 EUV 노광장비를 개발해 왔다. 기존 반도체 장비를 10나노 이하 공정에 적용하면 공정 단계가 늘어나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삼성전자, 인텔, TSMC 등은 대안을 찾기 위해 수년 전부터 EUV 노광장비를 개발해 온 ASML과 협력해 왔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움직임은 1년간 출하되는 EUV 노광장비를 거의 독점 구매해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ASML이 생산하는 1년 치 EUV 노광장비를 구입하면 TSMC, 글로벌파운드리, 인텔 등 EUV 노광장비의 잠재적 구매자이자 경쟁사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공정 진입을 선제적으로 막는 효과가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EUV 노광장비 확보에 적극적인 것은 맞지만, 다른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확보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이전에도 유사한 전략으로 경쟁사를 견제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의 핵심 공정에 쓰이는 ‘유기물 증착장비(기판에 다층 박막을 만드는 장비)’를 일본 캐논도키(Canon Tokki)로부터 수년 간 생산될 수 있는 장비를 사실상 독점해왔다.

캐논도키는 OLED 증착장비 1위 업체로, 연간 판매하는 장비가 한자리수에 불과하다. 이같은 이유로 모바일 OLED 디스플레이 사업을 시작하는 LG디스플레이, 중국계 기업들이 캐논도키 증착장비를 수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삼성전자가 금속을 가공하는 ‘컴퓨터정밀제어(CNC) 밀링 머신’을 베트남 공장에 수천대 사들인 일화도 유명하다. 스마트폰 외관에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던 삼성전자는 애플 등이 외관에 금속(메탈)을 사용하며 디자인 경쟁이 불붙자 금속 소재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CNC 밀링 머신을 대량 구입해 LG전자는 해당 장비를 구하지 못했다. LG전자는 LG G4를 출시할 때 금속 대신 가죽(레더) 소재를 사용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ASML 보유 지분 3%의 절반인 1.5%를 매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ASML이 사실상 EUV 노광장비 공동 개발과 장비 도입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시스템 LSI는 7나노 공정을 2018년 초 생산 목표로 추진 중이고 이는 EUV 노광장비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소문이 일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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