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규정타석-3할-MVP' 12년 걸린 최주환의 '첫 순간'

2017. 10. 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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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종서 기자] '첫' 규정타석, '첫' 3할, '첫' MVP. 최주환(29·두산)이 이들을 만나기까지는 12년이 걸렸다.

2006년 2차 6라운드(전체 46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최주환은 비록 지명 순위는 빠르지 않았지만, 타격에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왔다. 그러나 탄탄한 두산 내야진에서 최주환이 주전으로 도약하기는 쉽지 않았다.

'백업 선수' 11년 차. 최주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순발력을 강화했고, 체중도 조절했다. 완벽한 몸 상태로 스프링캠프를 맞았고, 김태형 감독은 "움직이는 것이 훨씬 나아졌다. 지금의 체중을 유지하라"는 말로 개인 훈련을 완벽하게 해온 최주환을 칭찬했다.

순발력 강화는 수비력 향상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주전 2루수 오재원이 부진에 빠지면서 최주환은 올 시즌 꾸준하게 기회를 받았다. 올 시즌 최주환이 남긴 성적은 129경기 타율 3할1리(399타수 120안타), 7홈런 57타점. 데뷔 첫 규정타석에 3할까지 넘겼다.

그동안 내야가 탄탄하다고 평가받은 두산이었지만,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잡은 선수는 많지 않았다. 최주환이 기록한 규정타석 3할은 베어스 역사상 네 번째로. 이전에는 구천서(1982년·0.308), 안경현(2003년·0.333), 오재원(2014년·0.317)이 있었다.

최주환은 "올 시즌은 정신없이 보낸 것 같다. 시즌 시작이 엊그제 같았는데,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해서 치르다보니 벌써 여기까지 왔다. 시즌을 마치고 성적을 보니, 보완할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처음에 기대한 것보다는 잘 나왔다"며 미소를 지었다.

꾸준하게 두산의 내야를 지켰던 최주환이었지만, 중간에 고비도 있었다. 8월 6일. 최주환은 '1차 목표'였던 100안타를 기록했다. 최주환은 "데뷔 후 처음인 12년 만에 나온 100안타라 그런지 의미가 남다르다. 2군에서 상무시절 첫 해(2010년) 151안타도 쳤었고, 다음해에도 111안타를 기록했었다. 그래서 어릴 때는 쉽게 할 수 있는 기록인 줄 알았는데, 오래 걸렸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최주환은 100안타 달성 후 지독한 슬럼프를 맞았다. 8월 한 달동안 최주환이 기록한 타율은 2할. 타격감이 바닥을 쳤다. 최주환은 "100안타를 치고나서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타격이 좋지 않다보니 더욱 심리적으로 몰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불미스러운 일'까지 겹쳤다. 일명 SNS 논란. 당시 롯데전을 마치고 롯데팬을 비난하는 게시글에 최주환의 '좋아요'가 눌러져 있었다. 최주환은 SNS가 해킹 당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일부 팬들은 메시지로 최주환에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에 최주환은 메시지로 말다툼을 벌였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주환을 비난하는 여론이 커졌다.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했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 그러나 최주환은  말다툼을 벌인 팬과는 직접 통화해 사과를 주고받았다. 최주환은 감정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 사과했고, 해당 팬 역시 최주환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최주환은 당시 상황에 대해서 최주환은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다. 명백히 내가 잘못한 일이다. 좀 더 신중하고 행동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되돌아보며 "전화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나에게도 미안하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최주환으로서는 프로선수로서 좀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일이었다.

'마음의 짐'을 덜자 최주환은 다시 한 번 반등했다. 비록 오재원의 출장 시간이 늘면서 많은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최주환은 9월 한 달동안 37타수 15안타로 타율 4할5리를 기록했다.

데뷔 후 최고의 정규시즌을 보낸 최주환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됐다. 포스트시즌 시즌을 앞둔 최주환은 "기회가 생겨 경기에 나간다면 시즌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고 압박감을 줄이고 나가고 싶다. 우리 팀이 가을에 그동안 강했던 만큼, 나도 팀에 반드시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최주환의 각오는 말로 끝나지 않았다. 최주환은 NC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1차전을 내준 두산은 반등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2차전을 잡아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선발 투수 장원준이 홈런 3방을 내주는 등 흔들렸고, 결국 5⅓이닝 6실점(5자책)을 기록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4-6으로 지고 있던 6회말 두산은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재환, 오재일, 양의지가 연이어 볼넷으로 출루했고, 무사 만루 상황에서 최주환이 기회를 받았다. 앞선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지만, 김태형 감독은 “대타 교체를 하지 않을테니 자신있게 스윙을 하라”며 최주환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리고 최주환은 1볼 상황에서 투수 맨쉽의 145km/h 투심을 그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역전 만루포. 최주환의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었다. 결국 두산은 17-7로 대승을 거뒀고, 최주환은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MVP가 되자 최주환은 "얼떨떨하다. 감독님께서 믿어준 덕분에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고, 그 믿음에 답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꼭 한국시리즈에 나설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12년 만에 나온 '첫' 기록들. 최주환은 "모든 것이 나 혼자 한다고 해서 이뤄질 수 없는 것들이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고, 또 코치님,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다"라며 "아직 시리즈가 남아있다. 우승으로 올해를 마치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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