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 크렘린의 흥행전략? '러시아 패리스 힐튼'의 대선 출마 선언
[경향신문]
‘러시아의 패리스 힐튼’으로 불리는 크세니야 솝착(35·사진)이 18일(현지시간) 내년 3월 치르는 러시아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권 도전의 의도를 두고 논란이 뛰따른다. 그의 아버지 아나톨리 솝착 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방송 진행자이자 유명 사교계 인사인 솝착은 이날 유튜브와 신문 기고를 통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모스크바대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솝착은 방송을 진행하는 언론인이지만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표지 모델로 서는 등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켜 온 인물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만 520만명이 넘는다.
그는 출사표에서 “기존 정치를 거부하고 분투 중인 야권의 목소리 내며, 기성 정당의 지치고 늙은 정치인들에게 도전할 후보”로 자신을 소개했다. 2012년 푸틴의 3선 도전 반대 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푸틴을 거침없이 비판했던 그의 출마는 4선을 노리는 푸틴을 향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하지만 그를 ‘푸틴의 대항마’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특히 푸틴의 정치적 멘토인 아나톨리 솝착 전 시장의 딸이라는 점에서 출마 배경에 ‘크렘린궁의 전략’이 있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오는 12월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이는 푸틴의 지지율이 공고해 대적할 만한 야권 후보가 없고, 이 때문에 대선 흥행을 위해 솝착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푸틴은 아나톨리 솝착 전 시장에 대해 “정치적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나톨리 전 시장은 마지막으로 치른 19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선거에서 당시 부시장에게 1.2%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예술가 후원과 재산 축적이 시 예산을 전용해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그의 당선을 도왔던 푸틴이 이같은 결과에 따라 선거제도에 대한 적개심이 생겼다는 시각도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듬해 아나톨리 전 시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그는 1997년 프랑스 파리로 정치적 망명을 떠나게 된다. 딸 솝착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중앙 정부에서 시작된 이런 움직임은 아버지의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아나톨리 전 시장이 러시아로 돌아온 것은 푸틴의 정치력이 확고해진 1999년이었다. 푸틴은 총리직에 오른 뒤 그에 대한 기소를 취하시켰다. 그러나 이듬해 푸틴의 부탁을 받고 칼리닌그라드 지역의 대선운동 지원에 나섰다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솝착은 아버지와 푸틴과 인연과 상관없이 2011년 총선 때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과 2012년 푸틴의 3선 도전에 항의하는 반정부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날 갑작스런 출마 선언으로 야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가 야권의 표를 분산시킬 경우 푸틴에게 더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크렘린궁은 야권 지도자이자 알렉세이 나발니(41)의 대선 출마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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