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시작되면 맹꽁이는 절멸한다

장명욱 입력 2017. 10. 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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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경동 지식산업센터 건립공사, 1년만 공사 늦추면 안 될까?"

[오마이뉴스 장명욱 기자]

<단디뉴스>는 지난 17일 '멸종위기종 맹꽁이 보호대책 마련이 우선' 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망경동 지식산업센터 건립공사 현장에서 맹꽁이가 발견되었고, 맹꽁이 포획을 위해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문제는 포획 시기이다. 진주시는 10월까지 맹꽁이 포획과 이주를 마치고 공사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맹꽁이가 왕성히 활동하는 봄, 늦게는 번식기인 8월까지 기다렸다가 맹꽁이를 모조리 포획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한다. 물론 공사는 모든 포획이 끝난 뒤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맹꽁이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논란이 될까

 ▲ 지식산업센터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맹꽁이'
ⓒ 장명욱
맹꽁이는 양서류이다. 양서류는 환경지표종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양서류 감소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문제시 되고 있다.
양서류는 상위포식자에게 먹이자원이 되고 곤충류를 포식하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자로 매우 중요한 분류군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통계를 보면 현재까지 알려진 양서류의 32%가 멸종위기를 맞고 있고, 그 중 최소 43% 정도는 개체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환경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양서류는 수원청개구리(1급), 금개구리(2급), 맹꽁이(2급) 단 3종에 불과하다.

지난 1월 부산 명지지구에 서식하는 맹꽁이 개체군의 생태를 연구한 논문이 한국습지학회에서 발표되었다. 맹꽁이를 연구한 가장 최근의 논문이고, 학술지 KCI에 등재까지 되었다는 점에서 이 논문은 맹꽁이에 대한 연구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연구는 맹꽁이 포획과 이주 시기에 대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다양한 원인 중 맹꽁이의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은 주는 요건은 '온도'라고 주장한다. 연구 결과 맹꽁이는 28℃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고, 15.6℃ 이하의 온도에서는 활동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맹꽁이의 활동성이 높은 시기와 이에 따른 온도와 습도를 살펴보면, 시기적으로 8월 셋째 주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온도가 낮을 경우 맹꽁이는 동면에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체서식지 조성 및 서식지 보전을 위하여 맹꽁이를 포획할 경우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7~8월에 해야 한다고 이 논문은 주장하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0년 간 진주지역 10월 평균 온도는 14.5℃이다. 최저온도는 8.4℃, 최고온도는 21.9℃이다. 활동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온도인 15.6℃ 이하의 온도인 14.5℃의 기후에서 진주시는 현재 맹꽁이를 포획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맹꽁이는 야간에 포식활동을 한다. 야간온도는 당연히 더 낮다. 내년까지 공사를 늦추고, 맹꽁이를 포획하자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공사가 시작되면 '맹꽁이'는 절멸한다.

2004년 사이언스 지에 발표된 "status and trends of amphibian declines and extinctions worldwide" 연구 논문은 '맹꽁이의 감소 원인으로 과잉 개발, 서식지의 손실과 질병, 기후 변화와 같은 원인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맹꽁이 관련 논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맹꽁이의 개체수가 택지개발, 산업시설 확장 등으로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이 공통된 주장이다. 앞선 연구에서 역시 '이동성이 낮고, 서식반경이 좁은 특성 때문에 맹꽁이가 서식하는 지역에 대규모 공사가 진행될 경우 국지적 절멸 위기가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맹꽁이는 인간의 간섭 요인, 특히 개발산업에 의해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맹꽁이의 비극은 인간의 탐욕에서 시작된 것이다.

진주시가 추진 중인 지식산업센터 건립공사는 사업비 293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6층의 대형 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진주시의 계획대로 10월에 맹꽁이 포획을 마치고, 공사를 재개한다면 맹꽁이는 절멸한다.

 ▲ 진주시가 추진하는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공장) 현황판
ⓒ 장명욱
망경동 주민에게 양해 구하고, 시에서 결단하면 된다

과연 공사를 일 년 늦추는 것은 가능할까? 현재의 기온과 짧은 기간에 맹꽁이를 모두 포획해 이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지식산업센터 건립에 망경동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일부 주민들은 맹꽁이 발견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공사가 빨리 속개되기를 기대하는 주민도 다수 있었다.

결정은 어차피 진주시가 해야 한다. 시공사인 ㈜원양종합건설은 "일 년 정도 공사를 연기하면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진주시의 결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에는 생태와 자연보다는 개발이 먼저였다. 이번에 진주시가 맹꽁이의 완벽한 포획과 이주를 위해 공사를 일 년 늦추는 결정을 하면 어떨까. 어쩌면 진주시가 생태도시, 환경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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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단디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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