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told] 맨시티 질주는 돈 아니라 과르디올라

Thore Haugstad 2017. 10. 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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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Thore Haugstad]

올 시즌 맨시티가 질주하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큰돈을 쓴 덕분이 아니다. 오직 펩 과르디올라라는 천재의 손길 덕분이다. 월드 No.1 풋볼매거진 <포포투>의 Thore Haugstad가 설명한다.

지난 여름 맨시티는 2억2천만 파운드를 썼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큰 지출 규모다.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을 거치면서 과르디올라는 ‘선수 덕분’이란 평가를 자주 들었다. 지난 시즌의 성적이 과르디올라가 평범한 감독이라는 증거라고 지적하는 팬들도 있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올 시즌 초반부를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거금을 써서 우수한 선수를 끌어모았으니 남보다 승리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한 경기라도 패하면 그는 큰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유심히 들여다보자. 시즌 초반부터 과르디올라의 재능이 입증되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돈을 쓴 결과가 아니다. 맨시티는 크게 변했다. 추종자들이 주장하는 과르디올라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덕분이다.

8라운드 29골 기록은 20세기 이후 처음

전력 강화에 큰돈을 썼다고 해도 지금 과르디올라는 당연히 칭찬받아야 한다. 지금 맨시티가 선보이는 축구를 가능하게 만들 유일한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초반 결과는 압도적이다.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까지 맨시티는 7승 1무를 기록했다. 선두권 라이벌인 리버풀과 첼시를 잡았다. 3라운드부터 맨시티는 2-1, 5-0, 6-0, 5-0, 1-0, 7-2로 6연승을 달린다. 1~8라운드에서만 29골을 넣었다. 1894-95시즌 에버턴이 세운 기록과 같다.

스타일과 경기 지배력은 군계일학이다. 스토크전 8-2 승리의 내용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압박, 패스, 마무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 아스널(승)과 첼시(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무)를 상대했던 스토크의 마크 휴즈는 “리그에서 붙어본 팀들보다 훨씬 강했다”라고 평가했다.

기록적 출발을 만든 주역은 대부분 기존 선수들이었다. 신입생인 벤자맹 멘디와 카일 워커, 다닐루, 에데르송, 베르나르두 실바는 지금까지 큰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

선수는 그대로, 경기력은 ‘지붕 뚫고 하이킥’

새 선수들을 샀을 때만 해도 과르디올라의 선발진 절반이 바뀔 것 같았다. 그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 대부분이 부상이나 리그 미적응으로 벤치에 머물고 있다. 멘디는 3경기 선발 출전 후에 다쳤다. 다닐루는 선발 3경기 출전, 베르나르두 실바는 선발 1경기에 그치고 있다.

베스트XI에 자리 잡은 신입생은 두 명밖에 없다. 클라우디오 브라보를 밀어낸 에데르송이 첫 번째 주인공이다. 리그 8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했는데, 세이브 수가 11회에 그칠 정도로 심심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두 번째 신입생은 토트넘에서 데려온 워커다. 활발한 플레이로 지금까지 도움 3개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두 선수가 지금 맨시티의 고공비행에 결정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지난 시즌 맨시티는 챔피언 첼시보다 승점 15점 뒤졌다. 선수가 그대로인데 경기력이 급상승했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 엉뚱한 실수가 잦았던 중앙수비수 콤비 니콜라스 오타멘디와 존 스톤즈는 첼시 원정을 무실점으로 지켜냈다. 다비드 실바는 도움 6개로 지난 시즌 기록(7개)을 거의 따라잡았다. 스토크와 첼시전에서 레프트백으로 뛴 선수는 바로 파비안 델프였다.

올 시즌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아웃필더 6명이 기존 멤버들이다. 이들이 갑자기 나아진 이유는 도대체 뭘까? 당연히 과르디올라 덕분이다. 스톤즈는 “과르디올라 아래서 축구 선수는 물론 한 사람의 인간으로도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내게 정말 엄청난 존재다”라고 말한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풍부한 자원을 누렸던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과르디올라는 선수들을 향상시키곤 했다. 바르셀로나 재임 시절의 정점은 2011년 런던 웸블리에서 있었던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다. 패장 알렉스 퍼거슨은 “내가 상대해봤던 팀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2016년 UEFA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바이에른을 원정득점우선 규정으로 제친 디에고 시메오네도 똑같은 말을 남겼다.

모두 과르디올라가 부임한 지 세 번째 시즌이었다. 선수단 전체를 서서히 발전시킨 결과라는 뜻이다. 그의 축구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바르셀로나야 클럽 전체에 배인 스타일이라서 즉시 결과를 냈지만, 바이에른 선수단은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바이에른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 같았다”라고 말한다.

맨시티는 기본이 부실했던 탓에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이해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선수들은 대형 유지부터 움직임, 발기술, 스프린트 등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1년 전, 과르디올라는 “무언가를 새로 짓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당신들은 상상도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맨시티의 평균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은 급격히 치솟았다. 수비진은 경기당 슈팅 허용 수가 6.3개밖에 안 된다. 유럽 5대 리그 소속 팀 중에서 가장 적다. 과르디올라의 팀빌딩이 드디어 결실을 보는 것이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까지 이런 축구에 적응해버리면 맨시티가 얼마나 강해질지 무서울 정도다.

맨시티의 선발진은 지난 시즌과 거의 비슷하지만, 과르디올라의 축구 철학을 이해하고 숙달한 덕분에 완전히 다른 팀으로 재탄생했다. 그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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