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오바마 '고뇌의 편지' 9통 공개

이인숙 기자 2017. 10. 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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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미 대학 희귀본 도서관…정체성 불안·고립감 등 고스란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대 청년 시절인 1982~1984년 여자친구에게 썼던 편지 9통을 에모리대학 도서관이 공개했다. 에모리대학

“네 전화는 내게 격려가 됐어. 네 목소리를 듣는 건 내가 조금 전 읽은 책에서 길을 발견한 것 같았어.”

1984년 4월14일 22살의 청년 버락 오바마는 여자친구 알렉산드라 맥니어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렇게 적었다. 오바마는 맥니어와 로스앤젤레스 옥시덴탈칼리지의 캠퍼스 커플이었지만 오바마가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으로 편입하면서 떨어지게 됐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모리대학 스튜어트 로즈 원고·기록·희귀본 도서관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청년 시절 쓴 편지를 입수해 1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편지는 모두 9통으로 1982년 가을부터 1984년 봄 사이에 대학노트에 쓴 것이다. 이 편지들은 2012년 나온 오바마 전기 등에서 일부 내용이 공개된 바 있다.

편지에는 하와이, 워싱턴,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성장한 청년 오바마가 느꼈던 정체성에 대한 불안과 고립감 등이 담겨 있다. 또 지역활동가로 살 경우 돈을 충분히 벌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고민과 여자친구와의 갈등으로 인한 괴로움 등 20대가 느낄 법한 소소한 감정들도 엿볼 수 있다.

오바마는 1983년 11월 쓴 편지에서 “지역단체에서 주는 월급은 너무 적어서 생활을 해 나가기가 어려워. 1년 동안 좀 더 괜찮은 보수를 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라고 적었다. 오바마는 그해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한 후 시카고에서 지역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했고 뉴욕에서 일할 곳을 찾고 있었다.

같은 해 6월에 보낸 편지는 어머니를 만나러 인도네시아를 찾았을 때 쓴 것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아웃사이더’였던 자신을 되짚었다. “사람들은 내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당황해하고 존경하고 비웃기도 해. 그리고 검은 피부를 넘어 미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티켓과 돈이 있다는 것으로 나를 대우해 줘.”

같은 편지에서 “내 감정은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너를 자주 생각해.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는지도 모르겠어. 그건 우리를 묶어주는 것이기도 하고 우리를 멀어지게 하는 것이기도 해”라는 구절은 두 사람의 머지않은 이별을 암시한다.

로즈메리 맥기 에모리대 도서관장은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알게 된 건 아직 대통령에 대한 꿈조차 꾸지 않고 있던 한 젊은이”이라며 “이 편지들은 자신의 의미를 이해하고 세상에서의 자리를 찾기 위해 수년간 계속된 여정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의 편지를 “매우 서정적이고 시적”이라고 표현하며 연구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기 도서관장은 에모리대학이 이 편지를 입수하기 전 소유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도서관 관계자들은 “희귀본 업계에서 중개인으로 일하는 사람과 접촉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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