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말하는 '진짜'는 무엇인가..포스트모던 리얼展

김세영 2017. 10. 19. 14: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운성_욕심 많은 거인_75x56cm_석판화_1974(왼쪽) / 한운성_거인2_75x56cm_애쿼틴트_1981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포스트모더니즘은 1960년대 일어난 정치·경제·사회 모든 영역과 관련한 시대이념이자 문화운동이다. 과거 전체주의적 획일화에서 벗어나 개인의 가치에 더 비중을 두는 절차적 민주화를 추구한다. 식민지배, 분단, 전쟁, 빠른 경제성장을 겪으며 형성된 이분법적, 수직적 사고에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20세기 전반 한국 미술은 인물화·정물화 중심의 이른바 아카데믹 사실주의 회화였으나 1960년대부터 시대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이 태동했다. 1970~80년대에는 이론적·개념적 접근을 통한 미술 창작이 두드러졌는데, 물질을 그대로 작품에 끌어와 리얼(Real)함을 획득하고자 했다.

본격적인 변화는 1990년대 이후부터였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말하는 리얼함은 그 기준에 시각적 닮음뿐 아니라, 주관적 변형까지 포함했다. 이전의 리얼리즘과는 차별화된다.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난 포스트모던 현상은 이전에 리얼함에 대한 개념에 전면적 수정을 요구했다. 이는 수직적 위계관계에 근거한 모더니즘을 반성한다. 과거에는 현실을 왜곡해 전달되는 가상의 세계가 거짓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는 기술의 발달과 사고의 전환을 통해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한운성_판타지랜드_162.1x227.3cm_캔버스에 유채_2012

한운성 작가는 한국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흐름과 그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운성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코카콜라 시리즈를 시도했다. 납작하게 눌린 코카콜라로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코카콜라는 당시 한국 거리의 소똥에 해당한다고 작가는 생각했다. 판화 프레스의 압력을 그대로 종이 위에 옮기는 제작방식은 작품의 물성으로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이는 시각적 재현에 머물지 않고 대상의 본질을 보여주고자 한다.

하지만 2010년대 이루어진 회화작업은 조금 다르다. 사실적인 풍경이미지가 사실은 ‘얄팍한 표면’임을 폭로한다. 자의식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풍경 이미지를 혼재시켰다. 이는 포스트모던 회화의 개방성을 잘 보여준다.

지난 11일 1960~9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포스트모던 리얼’전이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렸다. 내달 28일까지 계속된다. 열아홉 명 작가들의 회화, 조각, 영상, 설치 등 총 50점이 마련됐다.

전시 작품들은 미술의 역사와 함께 해온 실재와 허구에 대한 철학·정치·이념적 질문을 던진다. 참여 작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사회 리얼리티에 대응했는지 엿볼 수 있다. 전시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1부 ‘리얼·재현·물질’과 2부 ‘포스트모던 리얼’로 나눠 보여준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