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30주년..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로 장 마감

심재우 입력 2017. 10. 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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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508포인트 떨어뜨린 블랙먼데이
2만3000 선을 훌쩍 뛰어넘어 완전 딴판
당시와 비슷한 정황 보인다는 비관론도
다우지수가 22.6% 폭락한 '블랙먼데이'가 발생한 이튿날인 1987년 10월 20일자 월스트리저널(WSJ) 1면 [중앙포토]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뉴욕 증권거래소의 개장을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마자 매도 주문이 밀려들었다. 미국 증시 사상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이른바 ‘블랙 먼데이’는 이렇게 시작했다.

135달러였던 IBM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125달러, 184달러였던 머크는 170달러에 주문이 들어왔다. 뭔가 잘못돼 돌아간다는 느낌을 감지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낙폭이 커졌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컴퓨터 프로그램 매매는 이같은 폭락 장세에 기름을 부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매수하도록 설계돼있었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 매도 주문이 쏟아지자 기계적으로 매매가 체결되며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날 오후 4시 마감한 다우존스의 평균주가는 1738.34. 하락폭은 사상 최대인 508포인트(22.6%)을 기록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만 하루 만에 5000억 달러(약 560조원)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파장은 곧바로 주요 국가의 증시로 번졌다. 곧이어 열린 일본 도쿄 증시도 개장과 함께 폭락했고, 홍콩 증시는 일주일 동안 문을 닫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유럽 출장 중이던 제임스 베이커 재무장관이 급거 귀국해 시장안정 조치를 지휘했다. 그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갓 취임한 앨런 그린스펀은 재할인율을 7.5%에서 6.75%로 낮춰 증시 부양을 꾀했다.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는 1929년 대공황과 같은 상황이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것이다. 일본ㆍ독일ㆍ영국 등도 금리 인하 등의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각국의 이런 동시다발적인 대책에 힘입어 세계 증시는 연말께 안정을 되찾았다.

그로부터 만 30년의 하루 전날인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완전히 딴판이다. 3대 주요 지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160.16포인트(0.7%) 오르며 사상 최고가인 2만3157.60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장 마감후 시장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IBM이 8.9% 급등하며 지수상승을 주도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2만3000을 훌쩍 뛰어넘은채 장을 마쳤다. [AP=연합뉴스]
다우지수는 전날 장중 한때 2만3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심리적 저항선을 완전히 무너뜨리며 종가기준으로 2만3000을 확실히 뛰어넘었다. 뉴욕증시 12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어닝 서프라이즈에 가까운 기업실적이 가장 큰 상승동력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는 전일대비 1.9포인트(0.1%) 상승한 2561.26으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대비 0.56포인트(0.01%) 오른 6624.22로 마감했다.

제프 카본 코너스톤파이낸셜 파트너 매니징파트너는 “모든 경제지표가 상승여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중인 세제개혁이 이뤄진다면 연말까지 2만4000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간) 다우지수가 2만3000을 훌쩍 넘어서자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함박웃음이 터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Fed는 이날 발간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12개 연방준비은행 담당 지역의 경기 상황을 분석한 결과,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로 인해 일시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미국의 경제활동은 ‘점진적’(modest) 또는 ‘완만한’(moderate) 속도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격히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낙관론이 미국 증시를 둘러싸고 있다”면서 “블랙먼데이 30주년도 거의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30년전 블랙먼데이와 비슷한 사전 정황도 눈에 뜨인다. 1987년 당시 컴퓨터를 이용한 초창기 프로그램 매매의 확산이 폭락의 원인을 제공했는데, 최근에는 인공지능(AI)를 이용한 거래가 등장했다. 인간이 한눈 파는 사이에 AI가 매도 주문으로 몰릴 수도 있다.

Fed 의장이 교체되는 시기라는 점도 비슷하다. 30년전 폴 보커에서 앨런 그린스펀으로 교체되면서 불확실성을 증가시킨 면이 있었다. 이번에 재닛 옐런 의장이 연임에 성공하지 못하고, 매파 성향의 인물이 Fed 의장으로 선임되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아크 카신 UBS 파이낸셜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불행히도 1987년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비슷한 징조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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