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무궁화대훈장 얘기를 왜 지금?.."답변 드립니다"

남승모 기자 입력 2017. 10. 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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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올린 취재파일 <대통령님, 무궁화대훈장 어떻게 하실 건가요? (▶기사보기)>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몇 가지 부연 설명을 해볼까 합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무궁화대훈장 수훈에 대한 문제 제기로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두괄식 구조로 글을 쓰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해당 취재파일의 주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 공훈에 따라 ‘최고 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수여 대상을 개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 "대통령 훈장은 대통령직에 대한 것"

대통령의 훈장 수훈은 대통령직에 대한 것으로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합니다. 그래서 상훈법도 현직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수훈을 문제 삼는 것은 법 취지에도 맞지 않고 국민이 선출한 국가 원수에 대한 예의도 아닙니다. 담당 부처를 취재하면서 그런 설명을 들어 잘 알고 있었고 때문에 ‘셀프 수여’는 본질이 아니라는 기사를 쓴 적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좀 결이 다른 이야기이지만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첨언하자면, 상훈법은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사람에 대해 서훈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서훈이 취소됐습니다. 단, 무궁화대훈장만은 예외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 해도 마찬가지일 걸로 보입니다.

취재 당시, 행정안전부 담당자는 “무궁화대훈장은 대통령직 자체에 주는 거다. 따라서 만약에 이 무궁화대훈장까지 취소를 하게 되면 그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있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생긴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정쟁화를 피하기 위할 수 있는 지금이 논의 적기

그렇다면 궁금하실 겁니다. 현안도 아닌 이 내용을 왜 지금 갑자기 끄집어 낸 건가? 현안이 아닐 때라야 논의가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현안이 되는 순간 정쟁의 한 가운데 서게 되고, 그로 인해 오히려 논의의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정권 말을 전후해 무궁화대훈장은 종종 논란이 됐고 여야 간 정쟁의 소재로 떠오르곤 했습니다.

저 역시 지난 2013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셀프 수여 논란 때 이 문제를 제기해봤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시끄러웠던 지난해 말에도 그리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일반 국민 누구나 공훈에 따라 최고 훈장을 받을 수 있게 상훈법을 바꿔보자는 본질은 묻히고 ‘누구 훈장을 회수하라’거나 ‘셀프 수여 꼴사납다’ 같은 비판만 난무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라다운 나라’의 기준 가운데 하나로 제대로 된 보훈을 강조했습니다. 국민들의 공감도 큽니다. 보훈이 ‘공훈에 보답함’임을 감안할 때 그 공훈에 맞는 훈장을 수여하는 것 또한 대통령이 언급한 보훈의 의미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나라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제대로 된 보훈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확고한 이 때가 바로 이 문제를 공론화해 볼 수 있는 적기 아니겠느냐고 생각했습니다.

무궁화대훈장

● 누구나 ‘최고 훈장’ 받을 수 있는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무궁화대훈장이 처음 등장한 건 이승만 대통령 때인 1949년 8월13일입니다. 대통령령 제164호로 제정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시 내용 역시 "제1조 무궁화대훈장은 우리나라 최고훈장이며 대통령이 이를 패용한다"로 지금과 대동소이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원수 예우와 의전적 차원에서 대통령 훈장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이 되는데, 문제는 국가의 최고 훈장 수여 대상을 대통령으로 한정했다는 점입니다. 오랫동안 지나쳐온 잘못된 관행, 즉 적폐라면 적폐인 셈입니다.

글을 맺기 전 전에 썼던 취재파일의 한 부분을 다시 인용해 봅니다. 현행법상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의 ‘최고 훈장’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뿐입니다. 선거에서 이겨 대통령이 되거나 그의 배우자가 되는 겁니다. 나라를 위해 그 어떤 희생을 치르고 아무리 엄청난 공로를 세우더라도 ‘최고 훈장’은 받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무궁화대훈장은 우리나라 최고 훈장답게 제작비도 엄청납니다. 금과 은, 루비, 자수정, 비단 등을 이용해 제작되는데 금만 190돈, 그러니까 0.7㎏이 들어갑니다. 행정안전부(2013년 기준)에 따르면 대통령용이 5,000만 원, 배우자용이 3,500만 원에 달합니다. 

안중근 의사와 김좌진 장군 등이 받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1등급)이 109만 원, 김수환 추기경이 받은 국민훈장 무궁화장(1등급)이 62만 원 정도니까 제작비만 놓고 보자면 무궁화대훈장이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의 46배, 국민훈장 무궁화장의 81배나 되는 셈입니다. 안중근 의사나 김좌진 장군이 역대 대통령들보다 나라 위해 세운 공훈이 떨어진다면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대통령 훈장은 현행대로 무궁화대훈장으로 하거나 별도의 훈장을 신설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직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보면 됩니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의 수여 가능 대상은 모든 국민이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그 공훈에 따라 최고 훈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에 보다 가깝지 않을까요?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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