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시진핑의 3시간24분 연설이 갖는 의미는?

이소연 2017. 10. 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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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 19차 당대회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18일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렸다. 이번 전당대회는 2287명의 대표가 참석했으며 이달 24일까지 각종 업무 보고를 받고 정책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개막식 연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한 생활을 누림)’과 ‘중국몽(中國夢)’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실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개막식에서 연설문의 내용만큼 이목을 끈 것은 연설 시간이었다. 시 주석은 이날 3시간24분 동안 꼿꼿하게 선 채로 연설했다. 지난 5년간 이룩한 성과를 홍보하고 앞으로의 정책 구상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는 68쪽에 달했다. 5년 전인 2012년 18차 당대회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연설 시간이 1시간40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용한 단어는 3만1000개 이상으로, 이 역시 2만8733개로 18차 때 최장 기록을 세웠던 후 전(前) 주석보다 많다. 이날 중국관영 CCTV는 “역대 가장 긴 연설이었다”며 “(다음 임기)5년이 아니라 2050년까지의 계획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진=AP/뉴시스 / 긴 연설에 힘들어하는 장쩌민 전 주석(사진 왼쪽)과 피곤한 표정의 리커창 총리(오른쪽)

유례없이 긴 연설 시간에 따른 참석자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이들은 간간이 박수를 쳤지만 고령의 구(舊) 지도부 인사들이 많은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91세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커다란 돋보기를 들고 연설문을 읽었고, 연설이 길어지자 눈을 찌푸리며 힘든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옆에 앉아 있던 62세의 리커창 총리 역시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였다. 100세의 고령인 쑹핑(宋平) 전 정치국 상무위원은 장시간의 연설을 견디지 못하고 도중에 회의장을 나갔다. 75세의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연설이 끝나자 ‘너무 길었다’는 듯 웃으며 시계를 가리켰다.

오전 9시7분에 시작한 시 주석의 연설은 오후 12시31분이 돼서야 끝났다. 

사진=AP/뉴시스 / (왼쪽부터) 후진타오 전(6대) 주석, 현 시진핑 주석, 장쩌민 전(5대) 주석

3시간24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설을 진행한 데에는 ‘신(新)중화주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방하고자 하는 시 주석의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69차례 등장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였다. 이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32차례, ‘샤오캉 사회 실현’이 17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모두 ‘위대한 중국’을 만들고자 하는 시 주석의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휴식 한 번 없이 진행된 업무보고 연설은 최근 복잡해진 중국의 대내외적 상황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중국은 명목GDP(국내총생산) 11조 7953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성장에 성공했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넘어설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극심한 빈부격차와 성장률 감소라는 내부적 문제를 겪는 동시에 북핵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갈등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연설은 이러한 현안을 설명하고 내부 결속을 이루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고 분석된다. 또한 ‘강한 지도자상’을 추구함으로써 강력한 1인 권력 체제를 지속시키려는 의도 역시 지닌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는 5년마다 개최된다. 시 주석은 2012년 열렸던 18차 당대회에서는 부주석으로 참여했던 바 있다. 이번 19차 당대회는 오는 2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소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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