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보조금 지원했더니.." 일본 1억총활약상 저출산 조언

정종훈 2017. 10. 1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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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출생아수 최저 기록한 한일 '동병상련'
일본 인구 문제 총괄하는 1억총활약상 첫 방한
"젊은층이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지자체는 수억엔 들여 희망자 교제와 결혼 도와"
"현재 정책 10년 전에 빨리 추진했어야
노인은 언제든 '리스타트' 가능한 환경 갖춰야"
한일 장관, 인구 문제의 공동대응 중요성 확인
동아시아 인구 플래폼 만들고 주변국 합류 추진
19일 열린 한일인구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마쓰야마 마사지 일본 1억총활약상이 양국 대표로 참석했다. 최승식 기자
한국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40만6000명. 간신히 40만명대를 지켰지만,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는 35만명대로 뚝 떨어질 게 확실시되고 있다. 일본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가 약 98만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 선이 붕괴했다.

이러한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한·일 양국의 저출산 해소 대책이 유사한 게 많다. 일과 육아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청년층의 경제적 기반 강화, 결혼·육아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 조성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지만 대통령 의지에 따라 저출산 정책이 출렁거리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꾸준히 밀고 나가고 있다.

아베 총리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내세운 대책 중 하나가 2015년 인구 문제를 총괄하는 '1억총활약상(장관)' 자리를 만든 것이다. 1억총활약상의 주된 역할은 50년 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8월 임명된 마쓰야마 마사지(松山政司) 1억총활약상이 19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한일 인구 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장시간 노동과 교육비 부담 등 다양한 요인이 중첩돼 이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간다는 관점에서 저출산에 대응하고 있다. 2조엔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올해 안에 수립할 예정"이라면서 "젊은 세대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사지 1억총활약상과 한·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마쓰야마 마사지 일본 1억총활약상이 1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한·일 인구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서 회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Q : 일본은 최근 어떤 정책을 펴고 있나. A : 일본에선 한국의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보육원 입소가 굉장히 힘들다. 아이들이 보육원에 더 입소할 수 있도록 시설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아베 총리가 만 3~5세 무상 보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0~3세 보육과 고등 교육은 저소득층에 한해 무상화를 내놨다. 사회 제도를 모든 세대에 맞춰 바꾸는 걸 발표했고, 젊은 세대와 아이들을 위해 투자한다고 명확히 이야기할 수 있다.

Q : 일본은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앙 정부 외에 각 지자체의 자체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나.

A : 일본 지자체에선 최근 2년새 수억엔의 예산을 들여 결혼을 희망하는 사람을 지원하고 있다. 남녀 중 결혼 희망자가 지자체에 등록하면 서로 만나서 교제하고 결혼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보조금 지원을 받아 결혼하고 아이 낳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결혼 지원 정책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Q : 만약 10년 전으로 시계를 돌린다면 어떤 점부터 시급하게 고치고 싶은가.

A : 현재 하고 있는 정책을 되도록 빨리 시행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본다. 하루라도 빨리 보육과 교육 등의 부담을 줄이려 실천했을 것이다. 결혼하는 나이가 20대 후반에서 30대로 점점 늦어지고 있다. 첫 아이를 낳는 용기를 갖도록 돕는 환경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Q : 일본은 고령화로 노인도 많아지는데 어떠한 노력을 하고있나.

A : 일본에선 ‘인생 100세 시대 회의’라는 조직이 만들어졌다. 현재 100세 이상 고령자가 7만명 가까이 되는 장수사회다. 나이와 관계없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노인이라고 해도 전문대나 대학원에 들어가서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IT 업체에서 일하고 싶다면 그렇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노인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은 아직 건강하다. 1억총활약상이란 이름과도 맞물리는데 ‘총활약’, 모두가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 일본은 저출산으로 청년 실업이 해소되는 역설적 상황도 펼쳐진다. 어떻게 생각하나.

A : 청년 고용 상황은 최근 5년새 굉장히 많이 개선됐다. 국내 47개 도도부현(지자체)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저출산·고령화로 많이 힘들긴 하지만 젊은층의 고용 면에선 굉장히 좋은 측면도 있다.

Q : 저출산 정책을 추진하면서 어떤 점을 깨달았나. 양국 장관 회의에서 느낀 부분은.

A : 일본은 현재 저출산에 있어서 굉장한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총리를 선두로 해서 저출산 정책을 해나가고 있다. 한국도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양국이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 같다. 양국이 여러 문제를 성찰하면서 함께 논의하면 보다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과 육아의 양립, 육아에 따른 고립감 해소, 아이 교육 부담 완화가 양국의 공통 과제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겼다. 결혼과 출산, 육아하기 좋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양국이 협력해나갔으면 한다. 이날 한·일인구 장관회의에 참석한 박능후 장관과 마사지 총활약상은 양국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공유하고 미래 인구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또한 동아시아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플래폼을 만들고 중국 등 주변국을 추가로 합류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했다.

박 장관은 "저출산 고령화 대응을 위해 양국 전담 부처가 지속적으로 만나서 논의할 것이다"면서 "일본 정부가 저출산 원인과 대책을 아주 간결하게 파악하고 집중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 오늘 회의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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