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들의 '생물학적 아마겟돈'..30년 새 10마리 중 7마리 실종

김보미 기자 2017. 10. 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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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나비 한마리가 케이크 위에 앉아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날아다니는 곤충의 수가 27년만에 70% 이상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인간 중심의 농업 환경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은 18일(현지시간) 유럽 출신의 곤충·생태학자 10여명이 공동으로 연구한 이 같은 내용이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독일의 자연보호구역 63곳에서 채집한 날아다니는 곤충의 개체수를 1989년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석 결과 나비와 벌, 파리 등의 개체수는 약 30년만에 평균 76%가 줄었다. 곤충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름에는 무려 82%가 감소했다. 연구에 참여한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생태학자 카스파르 홀먼은 “곤충의 밀도가 가장 시기에 감소폭이 가장 크다”며 “안타깝게도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생물다양성이 아니라 생물량(개체수)에 초점을 맞춘 이번 연구는 날아다니는 곤충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첫 조사다. 앞서 무당벌레, 캘리포니아 모나크 나비 등과 같은 특정 곤충에 대한 조사에서도 개체수 감소는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지목됐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참여자인 영국 서섹스대 데이브 굴슨 교수는 “곤충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붕괴된다”며 “현재 생태학적 아마게돈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해충을 잡아먹고 동물 배설물을 처리하며 식물의 수분을 돕는 곤충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 개체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는 야생 곤충의 비용적 가치를 환산하면 미국에서만 연간 570억 달러(2006년 기준)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비교적 생물다양성과 생태계가 잘 유지되는 자연보호구역에서도 심각한 감소가 진행 중인 점은 주목된다. 기후변화 변수를 제거하고 배경 분석이 이뤄졌지만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이 추정한 원인으로는 자연 환경 자체의 변화, 농업에서의 비료와 살충제 역할에 따른 변화가 지목된다. 카스파르 홀먼은 “집약적인 방식으로 인간 중심의 농업이 이뤄지는 비슷한 환경을 대표하는 연구 결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대 곤충학자 제임스 프라이크는 “연구 방식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파리의 개체수 감소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며 “특히 깔따구 등 군집생활을 하는 파리군 개체수가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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