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회복 시급한 현대상선..필수 과제는 '고용선료 해소‧환경 규제 대응'

조지원 기자 2017. 10. 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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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운업 대표주자인 현대상선이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 2년 남짓 남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0년이 되면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가 시작되고, 연장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해운 얼라이언스(동맹) 2M과의 협력 기간도 끝난다. 고(高)용선료 해소는 물론 초대형선 발주도 2020년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 환경 규제, 얼라이언스 가입, 초대형선 확보 등 주요 과제들을 제 때 해결하지 못하면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현대상선 제공

지난 13일 현대상선(011200)이 693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해운업계에서는 영업 경쟁력 회복이 우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7일 “수익구조 개선과 사업경쟁력 강화 등 영업측면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이 현대상선 신용도상 주요 변수로, 이번 유상증자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저하된 사업경쟁력과 열위한 수익구조를 감안하면 경영정상화에는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강교진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18~2019년 유동성 리스크 재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 2020년까지 내야 하는 용선료, 최소 1조원 이상 추산

현대상선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나치게 높은 용선료다. 지난해 일부 조정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10년 전 비싸게 계약한 용선료를 계속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운임이 올라도 이익이 나지 않고 있다.

현대상선 주력 노선인 미주 서안 운임은 지난해 2분기 평균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628달러에서 올해 2분기 평균 2336달러로 43% 증가했다. 그 결과 머스크라인을 포함한 글로벌 선사 대부분의 영업이익이 올해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지만, 현대상선만 1280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6월 용선료 조정 과정에서 향후 3년 6개월간 지급 예정인 용선료 2조5000억원 중 5300억원에 대해 조정 합의를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현대상선은 구체적인 용선료 조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개된 용선료 조정 내용을 살펴보면, 조정 대상인 용선료 4873억원 중 2919억원(60%)이 출자전환, 1557억원(32%)이 장기채권지급, 나머지 397억원을 용선 중단‧조기 반선으로 해소했다.

나중에라도 지급해야 하는 장기채권 1557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6월부터 2020년까지 갚아야 할 용선료만 2조원이다. AT커니가 지난 7월 현대상선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국내 터미널 지분 인수와 고용선료 정리에만 1조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현대상선이 2020년까지 내야 하는 용선료만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 /연합뉴스

현대상선의 매출 원가에서 용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이상이다. 현대상선은 “업황 회복이 지체되는 상황에서 수송량이 예상치를 밑돌 경우 고정비 성격인 용선료 지불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 2020년 1월부터 시행되는 IMO 환경 규제 대응 서둘러야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IMO 환경 규제 대응이다. UN(국제연합) 산하 기구인 IMO는 2020년 1월 1일부터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 강화하는 SOx 배출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세계 해역을 항해하는 모든 선박에 적용되는 규제다.

세계 모든 선박은 규제 시행 전까지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는 LNG추진선박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황 함유율이 0.5% 이하인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저유황유는 일반 연료유에 비해 값이 두 배가량 비싸다.

LNG추진선박은 초기 건조비용이 많이 들지만 SOx,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을 90% 이상 줄일 수 있다.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경우에는 기존 연료인 벙커씨유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LNG보다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화물 적재공간이 줄어들고, 계속 유지·보수해야 하기 때문에 선박 운영비가 LNG추진선박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SOx 용해수 처리 문제도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대부분 LNG추진선박을 발주하는 방식으로 환경 규제 대응에 나선 반면 현대상선은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냉동 컨테이너 /현대상선 제공

당초 올해 9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설치 의무화 규제는 2년 유예됐지만, SOx 규제보다 빠른 2019년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BWTS 설치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 2M과의 얼라이언스 협력도 2020년 끝나…미리 준비해야

2020년은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 얼라이언스인 2M(머스크, MSC)과 맺은 전략적 협력 관계가 끝나는 해이기도 하다. 2M은 2020년까지 현대상선의 재무구조와 영업실적이 개선될 경우 기존보다 한 단계 높은 방식의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지금 협력 방식은 ‘선복 매입’, ‘선복 교환’으로 얼라이언스가 아니더라도 협력 가능한 방법이다.

현대상선은 2M과의 관계를 유지하되 다른 얼라이언스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을 선택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 전략이 통하려면 무엇보다 고용선료 해소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또 IMO 환경 규제를 충족하면서도 운임 경쟁력을 가진 초대형선박도 확보해야 한다. 선복량(적재 용량)은 선사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선박 건조에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학부 석좌교수는 “IMO 규제가 시작되면 노후 선박 4분의 1가량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질적인 문제였던 공급 과잉이 일거에 해소될 수 있다”며 “2020년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해운업계에서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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