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데다 보안마저 불안.. '공공 와이파이'의 운명은

김동표 2017. 10.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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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중 공공 와이파이 확대 계획 발표
"느리다" 소비자 외면 상황 개선될까
보안규격 'WPA2' 취약점도 발견 돼
통신비인하 실제효과 우려반 기대반

통신비 인하를 위한 방편으로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 와이파이의 앞날이 순탄치 않다. '공공 와이파이는 느리다'는 인식이 이미 보편화돼, 이미 무제한요금제로 떠나버린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최신 와이파이 보안 규격에서마저 심각한 취약점이 발견됐다.

◆"와이파이-디바이스간 주고받는 정보 통째로 가로채갈 수 있다"
19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모든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앞으로 심각한 해킹위협에 시달리게 됐다"면서 최근 와이파이 보안의 취약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벨기에 KU뢰번(KU Leuven) 대학의 컴퓨터보안학자 마티 반호프(Mathy Vanhoef)는 16일(현지시간) 와이파이 암호화에 사용되는 WPA2 기술의 보안을 뚫는 '키 재설치 공격(KRACK·크랙)'에 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안업체 하우리의 최상명 실장은 "이번에 발견된 크랙은, WPA2의 구조적 결함을 이용해 와이파이의 트래픽을 해킹하는 것이다. 와이파이에 설정된 암호를 풀고 들어갈 필요도 없다. 와이파이기기와 디바이스가 주고받는 데이터를 중간에서 통째로 가로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WPA2는 와이파이 암호화 방식으로, WPA의 보안 취약점을 개선한 버전이다.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와이파이는 이 설정을 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공유기 보안 가이드라인에서 "공유기의 암호화 방식은 데이터 암호화가 가능한 WPA2 방식이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미국 IT전문 매체 리코드는 "해커의 공격 범위내에 있다면, 와이파이에 접속중인 이용자의 신용카드 번호, 암호, 채팅 메시지, 사진, 전자 메일 및 기타 온라인 통신 등이 모두 해킹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약점이 와이파이 표준 자체에 있어서 맥OS, 윈도, iOS, 안드로이드와 리눅스 기반 장치들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트래픽을 가로채거나 조작이 비교적 쉬운 안드로이드 기기는 41%가 공격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에 글로벌 IT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이미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구글은 "회사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몇 주 내에 영향을 받는 기기들에 패치를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우 업데이트 기능을 통한 보안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애플은 "iOS, 맥OS, tvOS, 워치OS 최신 베타에서 크랙 공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 와이파이, 불신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정부는 2013년 7월부터 통신비 부담완화를 위해 공공 와이파이 확대를 이미 추진 중이다. 그러나 그 효과를 두고는 논란이 많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연도별 사용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트래픽 대비 와이파이 사용량 비중은 2014년 연간 기준 7.3%에서 올해 7월 누적 기준 4.9%로 줄었다"고 밝혔다.

와이파이의 연도별 트래픽 분담비율 <자료:민경욱 의원실>

이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나 지하철 등에 설치된 공공 와이파이의 특성상, 트래픽이 몰릴 경우 속도가 느려지고 접속 끊임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77.3% 중 69.3%가 품질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직장인 박세종(31)씨는 "공공 와이파이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지만 여전히 지하철에서는 접속이 어렵고 느린데다 끊기기까지 한다"면서 "데이터 무제한요금제에 가입하게 됐고 이후 공공 와이파이에는 아예 접속 시도조차 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역별 공공 와이파이 구축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공공 와이파이 갯수는 시도별로 최대 7배 가까운 격차를 나타냈다.

인구 10만명당 공공 와이파이가 50개 이상 구축된 지역은 광역자치단체 중 인구가 가장 적은 제주도(60만명)와 세종시(26만명)가 2곳뿐이다. 제주도는 78.7개, 세종시는 76.1개가 구축됐다.

반면에 부산시 22개, 경남 21.6개, 인천시 21.3개개, 서울시 10.8개, 경기도는 10.4개를 기록, 인구가 밀집할수록 공공 와이파이 수가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공익적 목적을 지닌 공공 와이파이 규모가 절대 수치로도 적고 인구를 고려한 상대 수치로도 지역별 격차가 심각하다"면서 "지역별 인구와 인프라 격차를 고려한 합리적 공공 와이파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 중 하나로 '공공 와이파이 확대'를 꼽고 "버스 및 학교 와이파이 구축을 위한 예산 확보가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항, 철도 등 공공기관 와이파이 구축, 통신사의 와이파이 개방 등도 포함한 '공공 와이파이 확대 추진계획을 10월내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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