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인 듯 탱크 아닌 탱크 같은 너..적의 눈을 속이는 디코이(Decoy)

이철재 2017. 10. 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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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첫 탱크 디코이. K1A1 탱크와 크기와 모양이 똑같다.
국내 최대의 항공 국제 전람회인 서울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열리는 성남공항의 외부 전시장 한쪽엔 두 대의 탱크가 서 있다. 영락이 없는 한국 육군의 주력 탱크인 K1A1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색한 느낌이 든다. 손으로 겉을 눌러보니 쑥 들어갔다. 비닐로 만든 탱크였다.

국산 디코이(Decoyㆍ기만체)가 등장했다. 구명조끼와 낚시용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씨울프가 개발에 성공한 K1A1 탱크 디코이를 ADEX에 선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군 당국과 협의해 시제품을 만들었다. ADEX에 처음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디코이 탱크는 튜브와 같이 공기를 불어 넣으면 실제 K1A1과 크기와 모습이 똑같다. 4명이 20분이면 설치 또는 철거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탱크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무기 디코이를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디코이는 항공기나 인공위성에서 보면 실제 무기로 착각하도록 만들어졌다. 모조라는 의미로 더미(Dummy)라고도 불린다. 적외선 탐지에 일부러 걸리도록 열을 내는 장치가 들어 있다. 무기를 가동하면 열이 나 적외선이 발생한다. 적이 진짜 무기를 가짜와 가리기 위해 하는 적외선 탐지를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항공력이 약하고 인공위성도 없기 때문에 당장 디코이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 이외 국가를 상대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의 눈을 속이는 디코이는 오래전부터 전쟁에 도입됐다. 『삼국지』를 보면 병력의 수를 과장하기 위해 짚 인형에 군복을 입혀 창칼을 들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게 디코이의 유래다. 제갈공명은 열흘 안에 화살 10만개를 만들어 오라는 주유의 명령에 따라 안개가 낀 밤에 짚으로 덮은 가짜 군함(디코이)을 몰고 조조 군영을 습격하는 것처럼 속여 화살 10만개를 얻어온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이 실제로 사용한 공수부대 인형. [자료 ww2talk.com]
2차 세계대전 전사(戰史)에서도 디코이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연합군은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하나로 이뤄진 공수부대 강하에 앞서 대량으로 공수부대 인형을 전혀 엉뚱한 곳에 떨어뜨렸다. 독일군이 실제 공수부대 강하지역을 헷갈리게 하려는 목적에서였다.
1944년 미 육군의 '고스트 아미'가 비닐로 만든 가짜 탱크 디코이를 옮기고 있다. [자료 다큐멘터리 '고스트 아미']
미 육군은 아예 디코이와 같은 속임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제603 특수 공병대대를 창설했다. ‘고스트 아미(Ghost Army)’라 불리는 이 부대는 디코이 탱크ㆍ대포ㆍ트럭ㆍ전투기를 갖고 다니며 독일군의 정찰을 속였다. 또 실제 군사작전을 위해 상당수 전력이 대기하는 것으로 꾸미려고 탱크ㆍ트럭의 엔진소리를 녹음한 뒤 전선 근처에서 틀거나 갑자기 무전 통신량을 늘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1999년 코소보 전쟁 때 세르비아군이 사용한 MiG-29 전투기 디코이. 나무로 뼈대를 만들었다. [자료 acesflyinghigh.wordpress.com]
1999년 옛 유고 코소보에서의 인종청소 때문에 벌어진 코소보 전쟁에서 나토(NATO)는 연일 폭격으로 세르비아군의 전력을 거의 파괴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 세르비아군은 상처 하나도 없는 탱크 등 장비를 갖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나토 공군이 폭격으로 파괴한 목표물 대부분이 디코이였던 것이다.

한편 ADEX는 성남 공항에서 22일까지 열린다. 일반인 관람은 21~22일 가능하다.

이철재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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