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음모론]①달 지하서 발견된 동굴, '나치 달 기지설'에 힘 실어줄까?

이현우 2017. 10. 1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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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 스카이'에 등장한 달 뒷면의 나치 비밀기지. 아이언 스카이는 달에 나치 비밀기지가 있다는 음모설을 패러디한 영화로 유명하다.(사진=영화 '아이언 스카이' 장면 캡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달의 지하에서 50km 길이의 거대한 수직동굴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달과 관련된 음모설이 또다시 확대·재생산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달의 뒷면에 옛 나치독일의 잔당들이 지하기지를 세우고 지구침공을 계획 중이라는 '나치 달 기지설' 등은 아폴로 11호의 달탐사가 이뤄지기 이전부터 나돌던, 나름 상당한 역사를 자랑하는 음모설들이다.

지난 18일, 일본 우주항공개발기구(JAXA)는 달 탐사 위성 가구야가 지난 2009년 관측활동시 촬영한 화면을 분석한 결과, 직경과 깊이가 각각 50m에 달하는 수직 동굴이 나타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동굴은 달 표면에서 '말리우스 언덕'으로 불리는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JAXA는 향후 달 탐사 때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장기적인 달 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부터 주변 지하구조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해당 동굴은 서쪽을 향해 50km나 뻗어있으며 동굴 내부에는 얼음과 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에따라 달과 관련된 오래된 음모론인 '나치 기지설'이 새롭게 힘을 얻을 전망이다. 나치의 달 기지설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나치 독일이 2차 대전 당시 보유했던 탄도로켓 기술을 활용해 달탐사에 성공, 달에 대규모 기지를 건설했으며 그 기지가 달의 뒷면 지하에 위치해있어 쉽사리 발견되지 않았다는 음모론이다. 일종의 서브컬처(Subculture)물로 취급되면서 SF 판타지소설에서 단골로 쓰이는 소재로도 활용됐다. 지난 2012년에 개봉했던 SF 코믹영화인 '아이언 스카이(Iron Sky)'의 경우에는 이 음모론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로 알려진 V2 로켓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이런 음모론이 나오게 된 배경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우수한 로켓기술에 있다. 독일은 패망 직전까지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인 V-2 로켓을 개발, 런던을 공격하는데 활용했으며 V-2 로켓개발 책임자였던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 박사와 기술진들은 나치 패망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나사(NASA)의 창립멤버가 됐다. 브라운 박사는 전후 냉전기 미국의 우주계획인 아폴로계획의 책임자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이끌기도 했다.

이 V-2 로켓은 전후 약간 개량돼 실제 우주로 쏘아올려지기도 했다. 미국의 머큐리 우주선의 초기형태가 이 V-2로켓을 약간 개량한 것이며 위성발사체로 만든 주피터 시리즈 역시 V-2 로켓을 기본 모델로 한 로켓이다.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촬영할 때도 쏘아올려졌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일부 음모론자들은 나치 독일이 패망 직전에 우리가 흔히 아는 UFO 형태의 우주선을 개발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 우주선은 '하우니브(Haunebu)'라고 불렸던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원반형 우주선이다. 이 우주선을 타고 달에 정착, 식민기지를 건설했고 독일 본국이 패망하자 잔당들이 아직도 달 기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음모론의 주요 내용이다.

나치 독일의 달 기지 음모설과 함께 나오는 하우니브 우주선 상상도. 음모론자들은 UFO 형태라고 흔히 주장한다.(사진=위키피디아)


물론 아직까지 이와같은 음모설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학자는 드물다. 일종의 도시전설처럼 만들어진 음모설들은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만들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나치 독일이 패망직전까지 가장 우수한 로켓 엔진기술을 확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V-2 로켓의 성능만을 가지고 확대해석 하기는 어렵다. 당시는 정밀유도장치가 아직 완벽히 개발되기 이전이었으며, 달까지 갈만한 로켓엔진을 설사 만들었다해도 그 로켓이 정확히 목표지점으로 이동해 달표면에 착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로 달에 거대한 동굴이 있고 동굴 내부에 물이 얼음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음모설은 큰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우주국(ESA)이 2030년까지 달기지 건설을 목표로 한다고 이달 초 발표한 만큼, 달과 관련된 음모설은 실제 달 기지가 건설되고 달 탐사가 정밀하게 진행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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