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가늘고 여린, 하지만 단호한 그 여자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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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자의 뒷모습만 사진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업로드하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왼손으로 그녀의 왼손을 꼭 잡고, 오른손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여자의 뒷모습은 누구라도 매력적이라고 느낄 만큼 아름다워서, 그 남자가 여자 뒤를 따라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마음이 이해가 된다.
여자의 뒷모습과 함께 펼쳐지는 풍경은 그저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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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랑하는 여자의 뒷모습만 사진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업로드하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왼손으로 그녀의 왼손을 꼭 잡고, 오른손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애인 있는 여자니까 넘볼 생각일랑 말라는 의사를 마주 잡은 왼손으로 전하는 것 같다. 여자의 뒷모습은 누구라도 매력적이라고 느낄 만큼 아름다워서, 그 남자가 여자 뒤를 따라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마음이 이해가 된다. 사실 이건 ‘팔로 미 투’(follow me to)라는 프로젝트다. 어디 어디로 나를 따라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둘은 세계의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닌다. 지금까지 모스크바, 캄차카, 발리 등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정면에 두고 그녀의 뒷모습을 찍었다. 그러니까 이 둘이 궁극적으로 하는 일은, 소셜네트워크의 친구들이 낯선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희망과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어, 그냥 여행 정보 알려주는 소셜네트워크 아니야?’라고 아주 멋없게 따져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남자의 계정(@muradosmann)에 들어가서 사진을 직접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여자의 뒷모습과 함께 펼쳐지는 풍경은 그저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진을 예쁘게 잘 찍었다. 여자는 그 지역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늘 새로운 옷을 입고 등장한다. 만리장성 위에선 중국의 전통 무늬가 새겨진 붉은색 옷을 입는 식이다. 그 옷들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래서 언젠가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저 아름다운 곳을 가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런데 가지 않아도 괜찮다. 이 사진들은 보는 이들을 충분히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것이 희망과 환상의 힘이겠지. 로맨틱하다. 남자 이름은 무라드 오스만이다. 아름다운 뒷모습을 가진 여인은 나탈리 오스만이다. 둘은 부부다. 사진 속 풍경처럼 아름다운 부부다.
이우성(시인·‘미남 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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