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타파 채용?②]토익·학점 다 감추는 블라인드 채용..성별은요?

입력 2017. 10. 19. 10:00 수정 2017. 10. 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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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추진 방안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입사지원서 및 면접에서 출신지, 가족관계, 신체 조건, 학력 등을 요구하는 란이 사라졌다.

하지만정작 취업시 주된 차별 요소로 작용하는 구직자의 '성별'이 여전히 블라인드 되지 않고 있어 고학력 고스펙 여성 지원자들에게선 오히려 불리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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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란 비대상 체크하면 성별은 쉽게 노출
-노동부 “여성은 별도 우대 정책으로 접근”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노력해서 얻은 건 다 가리면서 타고 난 성별은 왜 블라인드가 아닌지 모르겠어요”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추진 방안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입사지원서 및 면접에서 출신지, 가족관계, 신체 조건, 학력 등을 요구하는 란이 사라졌다. 하지만정작 취업시 주된 차별 요소로 작용하는 구직자의 ‘성별’이 여전히 블라인드 되지 않고 있어 고학력 고스펙 여성 지원자들에게선 오히려 불리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블라인드 채용 방안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총 332개 공공기관 채용에서 학연, 지연, 혈연, 외모 등 차별이 개입될 수 있는 요소를 기초수집자료로 요구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노동부의 채용방안에 성별과 관련한 블라인드 방안이 명시돼 있지 않아 지원자들의 성별만은 그대로 노출된다.이력서에 성별란을 따로 두지 않고 병역 여부만 요구해도 ‘필/미필, 면제, 비대상’ 중 비대상에 체크하면 대다수 여성은 성별이 공개된다. 현재 병역 사항 제출 여부는 공공기관 자율에 맡겨져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정규직 채용 응시원서. [사진출처=한국교육개발원 홈페이지]

성별을 그대로 노출하는 블라인드 채용은 고스펙을 갖춘 여성 구직자에게 특히 불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학력, 고학점, 높은 어학점수 장점은 모두 블라인드 되고 차별적 요소만 공개되기 때문이다.

서울소재 명문대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최모(27ㆍ여) 씨는 “내게 스카이 학벌과 높은 어학점수 같은 스펙은, 결혼ㆍ출산을 이유로 취업시 받는 성차별을 극복할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 같은 거다. 뭐든지 남자보다 월등해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해 학점도 어학도 죽어라 챙긴 여자 친구들이 많다. 그런 노력은 다 가리고 성별만 드러나면 오히려 불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명문사립대 커뮤니티에도 “학점 잘 받으려고 몇 년간 열심히 노력한 게 부정당하는 느낌”,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나한테 닥치니 억울하다”는 등 여성 취업준비생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처럼 블라인드 항목에서 성별 요소가 누락된 데 대해 “수집하지 않아야할 4대 주요 차별금지 항목을 학연ㆍ지연ㆍ혈연ㆍ외모 ‘등(等)’으로 표기하고 있다. 성차별은 그 부분(등)에 포함된다”며 “여성 지원자들은 서류 전형보다 면접 탈락에서 겪는 차별이 더 큰 것으로 알아서 기초자료로 요구해선 안 되는 항목으로 성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놨다. 성차별 문제는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나 여성 과학자 우대 정책 등의 ‘별도 정책’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의 ‘별도’ 접근은 다수의 여성 지원자의 요구와는 상충된다. 지난 1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광장의 국민 청원 및 제안 코너에 올라온 취준생 딸을 둔 어머니의 청원글 역시 ”특히 대기업과 공기업의 지원자ㆍ합격자 성비를 공개해달라“며 여성 대상의 별도의 우대 정책이 아닌 ‘공정 채용’을 요구했다.

해당 글은 “소위 명문대 출신 여자도 취준 현실이 어둡고 희망이 안 보이는데 다른 수도권 대학 출신, 지방대 출신 여학생들의 취업은 얼마나 더 힘들겠습니까?”라며 “사진을 제출하지 않고 대학 이름을 적지 않는 기업도 성별 체크는 대부분 꼭 해야하고, 성별을 적지 않는 기업이라도 군필 여부나 이름을 통해 성별을 알게 됩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무슨 목적의 블라인드 채용일까요?”라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2만 7000여명이 서명해 베스트 청원 목록에 올라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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