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퇴근후 단둘이 파티가자"..KTX 여승무원 성추행 은폐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2017. 10. 1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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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감사실 직원 "간부 성추행 확인하고도 사장 지시로 자료 폐기" 주장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에서 한 간부의 성희롱 사실을 확인하고도 조직적으로 감사 결과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회사 노조는 문제의 간부가 철도고-철도대를 나온 이른바 '철피아' 인맥 덕분에 성희롱 사실이 무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레일 승무원 고용을 맡은 코레일관광개발 부산지사장 A씨는 그동안 수차례 여승무원을 상대로 한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런데 당시 감사실 직원으로 근무했던 B씨가 A 지사장을 상대로 감사를 벌여 관련 증거 및 증언을 확보했지만, 법적 논란 등을 우려한 임원진의 지시로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는 주장이 19일 제기됐다.

B씨는 "조사 결과 성추행 증언 및 증거가 나왔다. 당시 이건태 사장과 감사실, 홍보실 임원과 회의를 했다"며 "회사에 성추행으로 고소, 고발이 들어오면 골치 아프니 증거를 없애고 무마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폭로했다.

문제의 A지사장은 이미 수차례 사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지만, 번번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내 징계를 피해왔다.

2014년에는 10여명의 여승무원들이 A지사장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거나 성폭력적인 발언을 들었다고 노조에 제보했고, 관련 증거까지 발견됐다.(관련기사 : 대량해고 시련 KTX 여승무원, 이젠 사내 성희롱으로 고통")

당시 제기된 주장에 따르면 A지사장이 여승무원에게 메신저를 통해 "퇴근 후 단둘이 만나 파티에 가자", "특정 옷차림을 하라"고 요구하거나, 피곤한 여승무원에게 잠을 깨는 요령을 알려준다며 남성 성기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식 자리에서 여승무원에게 '상금을 주겠다'며 야한 춤을 추라고 강요하거나, 함께 춤을 추자며 껴안기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노조가 진상조사를 공식 요구하며 사내 감사가 이뤄졌지만, 사측은 성희롱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면서 A지사장을 여승무원이 근무하지 않던 화천지사로 발령냈다.

당시 사측은 성희롱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무원 사이에 떠도는 헛소문'이라고 결론내렸다.

이 뿐 아니라 올해 1월 설날 연휴에는 여직원 숙소 안에 갑자기 들어와 쓰레기통의 내용물을 봉투에 옮겨담아 또다시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관련기사 : '여승무원 숙소 잠입' 코레일 자회사 간부 무혐의 논란)")

당시 현장을 목격한 여승무원 C씨는 "여자 화장실 휴지통에는 생리대나 피 묻은 화장지, 스타킹 등 여자들이 감추고 싶은 각종 '비밀'이 있지 않느냐"며 "여승무원들이 잠을 자거나 옷을 갈아입는 숙소에 남성 간부가 무단으로 들어온 것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때도 사측은 사내 성희롱 고충처리위원회를 열고 "C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소지가 있다"면서도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그런데 B씨의 증언대로라면 이미 2014년 사측은 노조의 항의에 감사를 진행하고 성희롱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덮은 채 인사조치로 갈음한 셈이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올해 열린 고충처리위의 결정 역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B씨는 "조사 결과 A지사장이 노래방에서 여승무원을 상대로 신체적 접촉을 하는 등 성추행을 확인했다"며 "관련 녹취파일도 확보했었다"고 주장했다.

또 "A지사장의 성추행 탓에 회사를 그만둔 여승무원 등을 통해 관련 증언을 확인했다"며 "남아있는 직원도 많지만, 손해를 입을까 두려워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다. 코레일관광개발 관계자는 "확인 결과 감사 자료를 폐기한 일이 없다"며 "(부산에서 벌어진 논란도) 부산노동지청에 조사를 맡겼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간부 감싸기를 위해 조직적 은폐 공작에 나섰다고 보고 재조사 및 재발방지대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올해 임금협상을 통해 성희롱 근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지만, 사측은 수차례 교섭에도 아직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코레일관광개발노조 이윤선 지부장은 "A지사장은 코레일 퇴직자인 이른바 '철피아' 인맥을 가진 관리자로 사내 임원진은 물론, 코레일에도 끈끈한 인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구나 노조나 승무원을 탄압하는 데 누구보다도 앞장섰던 간부였기 때문에 사측이 성추행을 확인하고도 무마한 것"이라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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