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상징 자주색 넥타이 매고.. '시 황제의 꿈' 3시간 넘게 열변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입력 2017. 10. 19. 03:11 수정 2017. 10. 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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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9차 당대회 개막.. 시진핑 집권 2기 로드맵 나왔다]
"개방의 대문 활짝 열어젖히고 모든 외국 기업 동등하게 대우"
당헌에 들어갈 시진핑 사상 핵심 '중국 특색 新사회주의' 69회 언급
장쩌민 등 원로들 참석, 단합 과시

1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공산당 19차 전국대표회의(19차 당 대회) 개막식 연설은 이례적으로 길었다. 오전 9시 리커창 총리가 당 대회 개막을 선언한 직후 보고를 시작해 낮 12시 31분에야 마무리했다. 3시간 24분, 무려 204분이었다. 18차 당 대회 개막식 당시 후진타오 주석의 보고는 1시간 40분 정도였다. 그보다 2배가 넘는 시간이었다. 연설문은 A4용지로 61쪽, 자수로는 3만2000자에 육박했다. 시 주석 연설이 길어지면서 올해 100세를 넘긴 쑹핑(宋平)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휠체어에 앉은 채 회의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중국 전·현직 최고 지도부 한자리에 -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회의(19차 당 대회)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가운데) 국가주석과 지도부들이 개막식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시 주석과 마찰로 불참설이 돌았던 후진타오(시 주석 왼쪽) 전 주석과 장쩌민(시 주석 오른쪽) 전 주석, 리커창 총리, 주룽지·리펑 전 총리 등 전·현직 최고 지도부가 참석했다. /AP 연합뉴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말을 69차례나 언급했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32회)이나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함) 사회'(17회)를 압도하는 빈도였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1978년 덩샤오핑이 제시한 이념으로, 장쩌민·후진타오 시대를 넘어 계승된 당 노선이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신시대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신시대에는 "10억 인구가 먹고 입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보다 질 높고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려는 국민의 욕구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임기 내인 2020년 전면적 샤오캉 사회(1인당 소득 1만달러)를 실현하고, 30년 뒤인 2050년에는 종합 국력과 영향력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이정표를 제시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중국의 현 단계를 '신시대'로 정의하면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당위성을 제기했다"며 "이 사상이 당의 새 지도 이념으로 공산당 당장(黨章)에 추가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연설에 대해 "시 주석이 '오랜 앙코르(Long Encore)'를 위한 장을 마련했음을 보여줬다"며 "(임기 10년이 되는) 2022년에 그가 권좌에서 내려올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존스홉킨스대 데이비드 램턴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번 당 대회는 시 주석의 집권 2기를 위한 제도적 이행이라기보다 (황제의) 대관식처럼 보인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시진핑 주석이 맨 넥타이도 황제를 상징하는 자주색이었다.

이날 당 대회에는 장쩌민·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리펑·주룽지·원자바오 전 총리 등 원로들이 대거 참석해 당내 단합을 과시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상하이방(장쩌민 계열) 척결에 대한 불만 때문에 장쩌민 전 주석이 불참할 것이라는 예상도 했지만, 장 전 주석은 보좌진의 부축을 받으며 시 주석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건재를 과시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도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대한 잇따른 숙청의 여파로 불참설이 돌았으나, 시 주석 옆에 앉아 보고를 경청했다. 연설이 길어지자 장쩌민 전 주석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확인했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기도 했다.

당 대회가 열린 인민대회당 주변에는 공안과 무장경찰, 보안요원들이 대거 배치됐고 주변 지하철역에서는 공항 검색대 수준의 안전검사가 이뤄졌다. 인민대회당에 입장하는 과정에서도 세 차례에 걸친 보안요원의 출입증 검사, 얼굴 인식 장치 통과, 엑스레이 검색대 통과와 신체 검색 등 최소 6개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당 대회 대표단은 오는 24일까지 일주일간 부문별 업무 보고를 듣고 향후 5년의 정책 방향을 토론하며, 당장(당헌) 개정안을 논의·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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