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서재를 빙자한 '음반의 방'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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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구 결과가 나올 때마다 긴장된다.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오이가 사실은.' '하루에 커피를 두 잔 이상씩 마시면 오히려.' 기존 상식을 뒤엎는 새로운 학설이 나오면 뭔가 허탈해지고 만다.
'LP 수집과 고독한 중년 사이의 관계에 관한 새 연구―당신은 친구 없는 루저입니까? 그렇다면 사랑스러운 레코드 컬렉션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군요.' 서재를 빙자한 음반의 방의 문을 열고 LP레코드의 도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방문을 다시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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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미국 싱어송라이터 파더 존 미스티의 앨범 ‘Pure Comedy’ 표지. |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면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대나 서리대의 연구팀이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다.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오이가 사실은….’ ‘하루에 커피를 두 잔 이상씩 마시면 오히려….’ 기존 상식을 뒤엎는 새로운 학설이 나오면 뭔가 허탈해지고 만다. 이러니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게 실은 아니었다는 뉴스를 처음 접한 날 조상님들의 충격은 어느 정도였을까.
얼마 전 본 외신 뉴스의 헤드라인은 이랬다. ‘LP 수집과 고독한 중년 사이의 관계에 관한 새 연구―당신은 친구 없는 루저입니까? 그렇다면 사랑스러운 레코드 컬렉션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군요.’ 서재를 빙자한 음반의 방의 문을 열고 LP레코드의 도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방문을 다시 닫았다.
천지창조, 인류 진화의 음모이론을 대차게 뿜어내는 노래들이 있다. 첫 줄부터 창세기 같다. 데스 캡 포 큐티의 ‘Transatlanticism’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서양이 오늘 태어났지/어떻게 된 건지 내가 말해줄게.’
영화와 뮤지컬 ‘헤드윅’에 나오는 ‘Origin of Love’는 플라톤의 이론을 빌렸다. ‘지구가 평평했을 때’ 얘기로 시작한다. 한 몸이던 남과 여가 번개를 맞고 둘로 갈라진 뒤 사랑이 태어났다는 거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파더 존 미스티(본명 조시 틸먼)는 ‘Pure Comedy’(완전 희극)를 이렇게 연다. ‘인간의 희극성은 이렇게 시작되지.’ 파더란 예명으로 사제를 자처한 그의 인간 탄생 음모이론 강의는 이렇다. 태아는 원래 커다란 뇌를 가졌다. 하지만 그에 비해 어머니의 골반이 너무 작았다. 태아는 그래서 반만 자란 뇌를 갖고 태어난다. 반대편(자궁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정도로 친절하리라 기대하면서.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건 차라리 희극이라 믿고픈 비극. 기대와 달리 역시나 반쪽뿐인 뇌를 지닌 인간들은 헛된 종교와 신념을 강요한다. 언어가 혼란을, 혼란이 되레 신념을 낳는다. 믿음의 감옥에 갇혀서야 자유라 믿게 된다.
결국 죽음을 앞둔 인간은 소셜미디어를 열고 자신이 아깝게 보지 못할 첫 소식이 뭔지 확인하며 마지막 숨을 거둔다.(‘Ballad of the Dying Man’)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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