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항공 등 안전업무는 법으로 '비정규직' 금지한다

2017. 10. 1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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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자리 5년 로드맵] '일자리 질' 높이는 방안 추진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제도
예외적 경우에만 비정규직 허용
철도·항공 등은 법률로 금지키로

노동자 권익보호 강화
ILO 단결권 협약 등 비준 명시
'근로자 대표제도' 선출절차 마련

비정규직 차별 없게
'동일가치노동 동일노동' 법제화
"차별 없애라" 신청권도 신설키로

[한겨레]

‘노조하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92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노조 할 권리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18일 내놓은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함께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비정규직 문제를 꼽으며, 법·제도를 개선해 정규직 채용 분위기를 확산하고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들어 나가기로 해 눈길을 끈다.

■ 예외적 경우에만 비정규직 허용 상시·안전 업무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는 2년간 기간제(비정규직) 사용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비정규직 사용이 허용된다. 특히 철도·항공 등 생명·안전과 직접 관련된 업무는 기간제·파견 노동자 사용을 법률로 금지할 계획이다. 다만 노동시장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사업주가 인건비를 줄이고 쉽게 해고하려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데 앞으로는 이런 이유로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을 많이 채용하는 기업에 사회적 부담을 주기 위해 현행 고용형태공시제도 내년부터 강화된다. 고용형태공시제는 대기업의 비정규직·간접고용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2014년에 도입됐지만 비정규직 ‘숫자’만 밝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비정규직 업무 내용과 파견·용역·사내하도급으로 구분해 공시하도록 개정할 방침이다. 또 공공조달 시에도 비정규직 사용 비중에 따른 가점·감점 항목을 신설한다. 이와 함께 과거 ‘수출탑’처럼 일자리 정책에 앞장서는 기업에 ‘고용탑’을 신설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 우수 기업을 격려하는 등 정규직 채용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 ILO 협약 비준·근로자 대표제도 개선 노동권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우선 로드맵에 국제노동기구(ILO)의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및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의 비준을 명시했다. 한국 정부는 1991년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했지만, 회원국의 80%가 비준한 두 협약은 국내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비준하지 않았다. 이 협약이 비준되면 해고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법외노조로 밀려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재합법화 길이 열린다.

노조 없는 사업장을 위해선 노사협의회 등 ‘근로자 대표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근로자 대표는 기업의 과반수 노조를 대신할 정도로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현행법엔 근로자 대표 자격이나 선출 절차 등이 없는 상태다. 또 근로자위원 자격이 없는 비정규직이나 파견·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의사 결정 주체로 참여할 수도 없다. 이에 정부는 근로자 대표의 구체적인 선출 절차를 신설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참여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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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 임금체계도 달라진다. 이 부위원장은 “노력·성과·보상 간 연계성을 강화해 직무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받는 공정임금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임금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은 공공기관에서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전문성·책임성 등 업무 특성에 따라 직급을 구분하고 직무를 분석해 직종·직군별 임금수준을 정할 계획이다.

비정규직이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에 견줘 차별을 받지 않도록 근로기준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차별시정제도를 전면 개편해 비교 대상 노동자의 임금 등 관련 정보제공청구권을 신설하고 노조·노동자 대표 등에 차별시정 신청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일자리 안전망도 대폭 강화해 2022년까지 고용보험 보장성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수준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내놨다. 특수고용 종사자, 자영업자, 초단기간 노동자 등 고용·산재 보험의 사각지대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구직급여(실업급여) 상·하한액과 기여 요건, 보험료율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정규직이나 차별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노사의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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