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구해줘, 농촌](3)고된 밭일에 외로움..나홀로 귀농·귀촌족 '이중고'

글·사진 최승현 기자 입력 2017. 10. 18. 22:37 수정 2017. 11. 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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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환경 열악해 가족 동행 꺼려
ㆍ1인 가구 해마다 증가 추세

가족과 떨어져 홀로 귀농한 김영택씨가 지난 16일 오후 강원 양구군 동면 팔랑1리 마을회관 인근 밭에서 도리깨를 이용해 콩을 타작하고 있다.

8년 전 강원 양구군 동면 팔랑리에 중년의 외지인 5명이 찾아왔다. 양구군이 팔랑리에서 실시하는 ‘귀농 인턴교육’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들 중에는 각박한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껴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도 있었고, 사업 실패로 인한 좌절감에 빠져 있다가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농촌체험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농번기에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진 고된 밭일로 지치기 일쑤였다. ‘주말’도 없었다. 원주민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분위기도 아니어서 고립감은 더욱 깊어졌다. 1년 과정의 ‘귀농 인턴교육’이 끝난 후 이 마을에 정착한 교육생은 김영택씨(59) 단 1명뿐이었다. 나머지 4명은 다시 가족들이 있는 도시로 떠났다. 지난 16일 오후 팔랑1리 마을회관 인근 밭에서 수확한 콩을 타작하고 있던 김씨는 “농촌에서 홀로 생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서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아내와 떨어져 팔랑1리에서 20평 규모 주택과 토지 9900여㎡(3000평)를 빌려 9년째 수박, 고추, 시래기용 무 등을 재배하고 있다.

작황이나 농작물 시세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긴 하지만 연간 3000만~5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4월부터 11월까지 이곳에서 농사를 짓다가 겨울철엔 가족이 있는 대구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아내가 퇴직할 때까지 앞으로 7~8년은 홀로 농촌에서 생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을 살펴보면 홀로 귀농했다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술을 자주 마셔 건강을 해치는 이들도 간혹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가족들과 떨어져 농촌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나홀로 귀농·귀촌족’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배우자와 자녀 등이 열악한 교육·문화환경 등을 이유로 이주에 난색을 표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2016년 귀농·귀촌인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지난해 귀농한 1만2875가구(2만559명) 중 1인 가구는 64.3%인 8276가구에 달했다. 2015년 귀농한 1만1959가구(1만9860명) 가운데 1인 가구는 60%인 7176가구였다. 지난해 귀농한 1인 가구가 2015년에 비해 15.3% 늘어난 셈이다. 전원생활을 위한 ‘귀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귀촌한 32만2508가구 중 1인 가구는 70%인 22만5645가구였다.

박인호 강원 홍천군 귀농·귀촌멘토단 회장(55)은 “나홀로 이주하는 비중을 낮출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귀농·귀촌 정책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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