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가상화폐 사기 피해 눈덩이.. '兆'단위 넘었을 수도

손재호 기자 2017. 10. 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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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천억 먹튀 ‘이더트레이드’ 수사 착수
“월 20% 수익” 유혹, 8개월간 한국서 영업
감독 소홀한 틈타 국제사기단 활개… ‘시한폭탄’

정부가 손을 놓은 사이 다단계 가상화폐 사기 피해가 급증하면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다. 업계 내부에선 피해액이 이미 조(兆) 단위를 훌쩍 넘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3년간 금융당국이 검찰과 경찰에 수사의뢰한 사건만 52건에 달하지만 피해자들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훨씬 많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 법령이나 정책 미비로 정부 감시망이 뚫린 사이 ‘제2의 조희팔’만 우후죽순 양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국내 투자자로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투자금 수천억원가량을 편취한 국제 다단계 가상화폐 사기단 이더트레이드를 수사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더트레이드는 2년 전 홍콩에서 투자회사로 등록해 투자자를 모았고, 지난해 12월 한국에 진출했다. 사기단은 한 달 15∼20%의 수익금을 주겠다며 투자자 모집에 나섰고, 신규 회원을 모집해 오면 투자금의 10∼25%를 커미션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가상화폐 사기 피해자 소송 대리인 최종화 변호사는 “지난 2년반 동안 한국에서 받은 투자금액은 2조원 정도 된다”며 “사기단이 가로챈 투자금은 이 가운데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더트레이드처럼 다단계 폰지 사기 방식으로 피해를 봤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토플랙스, SKYLLES TREE7, 비트커넥트, VIXICE 등 이미 회사가 문을 닫아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언도 급증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요즘에는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외국인을 바지사장으로 놓은 뒤 실제로 돈은 한국인이 굴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도 많다. F사는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뒤 자신들이 판매하는 광고팩을 구입해 매일 10개의 광고를 보면 하루 0.4∼0.5달러 수익을 가상화폐로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 팩당 가격은 50달러로 최대 1000팩까지 구매가 가능해 1000팩을 구입하면 한 달 300만원의 고정 수입이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론 광고 수익을 가장한 회원 가입비, 커미션, 광고팩 비용으로 돌려 막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가상화폐 피해자 한 명은 “F사가 한국에서 굴리는 돈만 현재 2000억∼3000억원 규모”라며 “사고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가상화폐 투자사기의 경우 고수익을 미끼로 던지고 있어 한 번 손해를 본 피해자가 이를 만회하기 위한 재투자에 나섰다가 피해액이 커지는 일도 많다. 부산 기장군에 사는 박모(69)씨는 이더트레이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가 모두 날린 뒤 벌충할 방법을 찾다 다른 다단계 가상화폐 투자회사인 ‘컨트롤파이낸스’(국민일보 10월 16일자 11면 참조)에 2000만원을 추가 투자해 돈을 모두 잃었다. 광주에 사는 회사원 김모(32·여)씨는 지난 6월부터 컨트롤파이낸스가 자취를 감춘 지난달까지 약 9000만원의 돈을 이더트레이드와 컨트롤파이낸스에 투자해 날렸다. 컨트롤파이낸스 피해자 소송 모임 관계자는 “피해자 중 상당수가 이더트레이드에 돈을 날렸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정부 대응은 느리다. 현재 가상화폐 투자를 관리·감독할 주무부처도 명확하지 않다. 유사수신(인허가나 등록·신고 없이 수익을 보장하고 출자금을 수입하는 행위)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가상화폐의 경우 정의조차도 명확하지 않아 법률 적용이 어렵다. 사기단이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영업하고 구두로 계약하며 법망을 피하고 있어서 처벌 역시 쉽지 않다.

단속 체계도 불분명하다. 현재는 금감원에 관련 조사권한이 없어서 신고가 접수되면 금감원이 경찰 또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형태로 단속이 이뤄진다. 사전 규제는 사실상 전무하고 피해가 벌어진 뒤 뒤처리만 겨우 이뤄지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유사수신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속도는 더디다.

글=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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