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트럼프들..'프라하의 트럼프'는 누구?

김혜지 기자 2017. 10. 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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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유력 차기총리..바비스 긍정당 대표
부유한 사업가 출신에 反무슬림 기조까지 판박이
체코의 유력한 차기 총리인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긍정당(ANO) 대표.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트럼프 판박이' 정치 신예가 1000만 인구를 보유한 유럽 중심부 체코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돈많은 사업가 출신에 기존 정치권에 속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인 점. 또 반(反)무슬림·반난민 기조를 앞세워 세몰이를 하고 있는 부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빼닮은 안드레이 바비스(63) 긍정당(ANO) 대표가 주인공이다.

바비스는 오는 20~21일(현지시간) 실시될 체코 총선에서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로 주목받는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ANO는 25%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바비스에 대한 관심은 특히 미국에서 뜨겁다. 올 초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과 바비스가 워낙 닮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비스를 "프라하의 트럼프"라고 부르며 "체코의 차기 총리 후보가 마치 우리 대통령 같다"고 주목했다.

◇꼭 닮은 두 남자…'트럼프 멸시' 유럽의 아이러니

두 사람의 공통점은 한둘이 아니다. 둘 모두 사회를 양분하는 수사를 즐겨 쓰며 기성 정치인들의 부패를 타파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국가를 기업처럼 운영할 계획이며 무슬림 이민자들을 쫓겠다고 공언했다.

외교적 고립주의도 유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기구인 유엔을 배척하는 것처럼 바비스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며 북태평양조약기구(NATO)를 "낡았다"고 비판한다. 2015년 난민 위기 때는 '마담 메르켈의 멍청함'을 지적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라면, 바비스는 '체코 우선주의'다.

둘은 좋지 않은 부분에서도 닮아 있다. 미국의 '러시아 스캔들'처럼 바비스에게도 각종 의혹거리가 있다. 바비스는 공산권 철의 장막이 걷힌 5년 뒤 의문스러운 방식으로 부를 빠르게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탈세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WP는 "두 사람의 다른 점이라면 '바비스가 한 번도 파산한 적이 없다'는 점"이라면서 "전망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멸시받는 유럽의 심장부에서 곧 묘하게 트럼프를 닮은 총리가 배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체코에서 바비스는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다. 지리 페헤 뉴욕대 프라하캠퍼스 총장은 "체코 사람들은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지만 바비스가 하는 트럼프식 정치는 좋아한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긍정당(ANO) 대표 초상을 들고 있는 체코 시민들. © AFP=뉴스1

◇바비스의 인기 비결?

바비스의 극우 포퓰리즘이 체코에서 급부상한 이유는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이 아니다.

사실 체코 경제는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EU 회원국 중에서도 낮은 실업률을 자랑한다. 폴란드나 헝가리처럼 청년 인력 유출이나 난민 위기로 인한 피해가 심하지도 않다. 예산 흑자와 OECD 38개국 중 18위인 생활만족도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부러워할 수준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도 제자리인 낮은 임금과 악명 높은 정경유착, 정치권 부패가 문제다. 공산권 시절을 겪은 중노년층은 이에 따라 강한 지도력으로 국민을 보호하고 과거 소박한 삶의 양식을 되살릴 독재 성향의 지도자를 바란다고 WP는 설명했다.

◇기존 정치권과 협력할 수 있을까 체코에서 두번째로 부유한 바비스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뒀다. 스위스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에 능통하며, 그가 설립한 기업들은 농업과 화학, 요식업, 방송·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2012년 체코어로 '네'(yes)를 뜻하는 ANO 당을 세운 것이 정치 경력의 시초다. ANO는 친 기업, 반 기성정치권 기치를 내걸며 이듬해 총선에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연정에 참여한 바비스는 잠시 재무장관을 지냈지만 결국 탈세 의혹 등 물의를 일으키며 사임했다.

바비스의 사퇴는 오히려 "기성 정치권을 끌어 내린다"는 결심과 이미지를 굳힌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이번 유세 과정에서 "사람들은 내가 민주주의에 위험이라고들 하는데 웃기는 소리다. 나는 이 부패한 체제에 위험"이라고 말했다.

물론 바비스는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연정 구성을 위해 타 정당과 협력해야 할 전망이다. 유럽과의 협업도 EU 회원국이라는 한계상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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