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같은 러시아 음악 한국인 기질과 통해요"
"지휘의 어려움을 아는 게 지휘자의 가장 큰 임무"
■ 볼쇼이·모스크바필 수장 거친 러 지휘거장 바실리 시나이스키
19~20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은 이 행렬의 포문을 연다. 오늘날 러시아를 대표하는 지휘 거장 바실리 시나이스키(70)가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선보인다는 소식에 공연계는 일찌감치 술렁였다.
420년 역사의 러시아 볼쇼이 극장과 모스크바 필하모닉의 수장을 지낸 이 일흔의 마에스트로는 오늘날 몇 안 남은 정통 '러시안 사운드'의 수호자다.
지난 17일 오후 광화문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막 리허설을 마치고 나온 그와 마주 앉았다. 시종일관 이어진 유쾌한 웃음소리, 러시아 억양이 짙게 배어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일흔의 나이를 무색케 했다.
이번에 선보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은 차이콥스키의 걸작들 중에서도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다. 극도로 애절하며 비장한 마지막 악장은 지속적 우울증과 사회적으로 배척 당한 동성애 기질로 비극적 말년을 보낸 작곡가의 삶을 상징한다고도 여겨진다. 시나이스키는 "차이콥스키가 자신의 죽음이 머잖았음을 깨닫고 모든 역량을 토해 만들어낸 이 작품은 지휘자에게 가장 흥미롭고도 어려운 대상"이라고 했다.
다섯 살 무렵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열네 살 때 거장 므라빈스키가 이끄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의 연주를 접한 뒤 '머리를 치는 충격'을 받곤 지휘자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세기 옛 소련의 전설적 지휘자 일리야 무신과 키릴 콘드라신의 가르침을 받고 1973년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모스크바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를 거쳐 2010~2013년 세계 최고의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볼쇼이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근무했다.
"3000명의 예술가들을 거느린 볼쇼이극장에서의 경험은 흥미진진했습니다. 볼쇼이 역사상 한 번도 연주되지 않은 오페라들을 초연하고, 러시아의 보석 같은 작품들도 새로운 시선으로 무대에 올려 성공하기도 했죠." 성공적인 세 개의 시즌을 마친 그는 극장 운영 방침을 둘러싼 운영진과의 의견 충돌을 계기로 3년 반 만에 자진 사임하며 세계 클래식계에 이슈가 되기도 했다.
"서울시향은 상당히 젊고 명민한 악단입니다. 나의 역할은 폭풍 같은 감정이 휘몰아치면서도 균형이 아름다운 러시아의 음악을 가장 '러시아답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겁니다. 감정이 풍부하고 예민한 한국인의 기질은 우리의 음악과 무척 잘 어울리죠."
영국 BBC 필, 홍콩 필, 드레스덴 필 등에서 활약하며 요즘도 며칠이 멀다 하고 유럽, 미국, 아시아 대륙을 오가는 그는 "시차 때문에 피로한 경우는 있지만 새 악단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어 늘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휘자의 가장 큰 임무는 지휘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우치는 것이죠. 요즘 일부 젊은 지휘자들의 춤추듯 화려한 몸짓은 음악에 대한 진정한 해석이 아닙니다. 혹자는 나를 '구식'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난 지난 세기 위대한 선생님들처럼 보다 깊은 의미를 담은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요." "삶의 95%가 음악"이라며 웃는 그는 나머지 5%의 시간에 미술관을 가거나 책읽기를 즐긴다.
공연은 19~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오신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맨부커상 올해 수상자 美작가 조지 손더스
- Therapy (정신과 치료)
- 제44대 한국언론학회 회장에 중앙대 이민규 교수
- 에드 시런 부상으로 내한공연 연기
- 문화재위 "반구대 암각화, 수문 설치 방안이 최선"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지지부진 알파벳 주가…지금 들어가도? [STOCK & BOND]
- ‘건강이상설’ 샤이니 온유, 활동 중단 10개월 만에 건강 되찾다...“새 앨범 준비 중” - MK스포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