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30년, 월가 분위기 전혀 딴판..비관론도

유희석 기자 2017. 10. 1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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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동투자·FRB 수장 교체 등 위험 요인..美 경제 탄탄하지만 블랙먼데이 재현 우려 ↑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이날 미국의 금융중심지 월가는 공포에 휩싸였다.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다우존스가 하루 만에 508포인트(22.6%) 폭락했다. 5000억달러(약 565조원)가량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당시 한국의 한해 GDP(국내총생산)가 1461억달러이던 시절이다. 이른바 '블랙먼데이'다.

30년 후 월가의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뉴욕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기록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다우존스는 장중 2만3000선을 넘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사상 최고가인 2559.36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과거의 폭락 경험이 완전히 잊힌 건 아니다. 최근 증시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블랙먼데이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 블랙먼데이 재현 경고 ↑…AI 자동투자, FRB 수장 교체 등 위험 요인

미국과 글로벌 증시의 거침 없는 상승에도 블랙먼데이 같은 폭락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우선 금융시장에서 갈수록 영역을 넓히고 있는 신기술에 대한 우려다. 1987년 당시에도 컴퓨터를 이용한 초창기 프로그램 매매의 확산이 폭락의 원인이 됐다. 최근에는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주문거래를 넘어 AI(인공지능)를 통한 거래도 등장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글로벌 증시의 분위기가 바뀔 위험성이 내재한 셈이다.

영국 투자회사 윈튼그룹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하딩은 FT에 "오늘날 상장지수펀드(ETF)에 6000억달러 이상이 투자돼 있다"면서 "ETF 대부분은 위험 자산에 자동으로 투자하게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교체되는 시기라는 점도 30년 전 블랙먼데이와 비슷하다. 1987년 FRB 수장은 제12대 폴 볼커에서 13대 앨런 그린스펀으로 교체됐다. 그린스펀은 이후 20년 가까이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군림했지만, 초기에는 시장이 볼커 부재로 인한 불확실성을 더 경계했다.

현 FRB 의장인 재닛 옐런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기 FRB 의장 후보를 5명으로 좁히고, 이 가운데 한 명을 조만간 지명할 계획이다.

FRB가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겹친다. FRB는 1987년 9월 통화 긴축에 나섰다. FRB는 이달부터 자산축소를 시작했으며, 오는 12월 세계 금융위기 이후 다섯 번째 금리 인상을 준비 중이다.

아크 카신 UBS 파이낸셜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1987년의 시장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며 "불행하게도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비슷한 징조들이 있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직원이 다우존스지수의 2만3000선 돌파를 기념하는 모자를 쓰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미국 등 세계 경기 회복세 탄탄…기업 실적 성장, 낙관론 지지

과열 우려와는 별개로 글로벌 증시의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많다. 특히 거시경제 지표들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회복세가 탄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 실적도 투자심리를 떠받친다. 미국 기업들은 한동안 분기 순이익이 감소하는 실적침체로 고전했지만 최근 회복세다. 금융정보업체 톰슨로이터는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4%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넷플릭스는 IT(정보통신)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는 눈부시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도 호조였다. 9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7% 상승했다. 2016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시장전망치 0.6% 상승을 웃돌았다. 9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3% 늘었다. 시장전망치와 부합했다. 뉴욕 연방은행이 공개한 이달 제조업경기지수는 3년 만에 최고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낙관론이 미국 증시를 둘러싸고 있다"면서 "블랙먼데이 30주년도 거의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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