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선관위원 사퇴..부정 주장 야당후보 힘 받을 듯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부정선거 논란으로 대통령 선거 재선거를 앞둔 케냐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고위 위원이 "선거를 신뢰할 수 없다"며 사퇴해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나이로비=AP/뉴시스】 케냐의 야당 지도자로 8월 대통령선거에 졌던 라일라 오딩가 후보가 1일 대법원의 대선 무효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대법원은 60일 내에 다시 선거를 치를 것을 명령했다. 2017. 9. 1.

18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 현지언론 데일리네이션 등에 따르면 로즐린 아콤베 케냐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BC) 위원이 전날 저녁 "위원회는 편파적"이라며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아콤베는 성명을 통해 "선관위원들은 정치적 노선에 따라 투표를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선관위로서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재선거의 확실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선거의 결함으로 비웃음을 당하는 일원에 포함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아콤베가 일신 상의 안전을 이유로 미국 뉴욕으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케냐 대법원은 지난 8월8일 치른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오는 26일 재선거를 치를 것을 명령했다. 당시 라일라 오딩가 야당연합 후보가 선거에서 맞붙은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선거가 조작됐다며 부정선거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0일 오딩가 후보는 선관위에 대한 개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새로 치러질 선거는 이전의 선거보다 더 나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측은 재선거를 주장하면서 8월 대선을 담당한 일부 선관위원을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케냐 나이로비에 소재한 위험분석기업 트린타리의 분석가 디스마스 모쿠아는 블룸버그통신에 "아콤베의 사임은 오딩가 후보의 현재 선관위 하에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실시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검증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케냐 의회가 지난주 선거법 개정안을 승인해 더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선거 과정에서 한 후보자가 사퇴하면 남은 후보자가 자동으로 승리하게 된다. 야당 의원들은 이를 보이콧하고 나섰다.

한편 케냐에서는 야당 지지자들의 격렬한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도 발생하면서 2007년 최악의 유혈충돌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91년 민주화 이후 선거결과를 두고 매번 논쟁이 이어진 케냐에서는 2007년 12월 대선 이후 발생한 종족 간 유혈충돌로 1100여명이 사망했다.

joi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