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사건에 부모들 불안도 양극화.."공포심 전염"

이예슬 입력 2017. 10. 18. 16: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금니 아빠' 충격받은 부모들, 아이 친구 호구조사
서로 집안 아는 '그사세' 사립초는 심리적 동요 덜해
"집값 비싸도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가야하나" 고민
전문가들 "이영학 사건 특이 케이스···공포심 과도해"
"경제적 수준 따라 편견 잣대 적용 바람직하지 않아"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7.10.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피해 학생이 친구 집에서 살해를 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근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우관계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친구 집도 믿을 수 없다"며 아이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취합하는가 하면 친구들의 가정환경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학교마다, 혹은 동네마다 다른 분위기다.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이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덜한 분위기다. 흉악범죄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도 양극화되는 추세다.

9살 아들을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이모(41)씨는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영학 사건으로 인한 불안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씨는 "전직 국회의원이자 변호사, 방송사 유명 PD 등이 이 학교에 아이를 맡긴다"며 "사립학교의 경우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서로 알고 있기 때문에 믿음이 가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이번 사건을 통해서 '학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는 학부모도 있다. 평소 아이들에게 어려운 환경에 처한 친구들을 보듬으라고 가르쳤건만 비뚤어진 가정사 때문에 친구를 해친 이영학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7세 딸을 유치원에 보내는 오모(36·여)씨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과 어금니 아빠 사건을 접하면서 집값이 비싸도 학군 따라 이사하는 엄마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오씨는 "학군이 좋은 동네로 이사하거나 사립초를 보내면 그나마 안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어야 입성할 수 있는 지역에선 내 아이 주변에 흉악범이 접근할 가능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워킹맘인 그는 "헬리콥터맘, 캥거루맘을 조롱하는 사람도 있지만 왜 내 자식 주위를 빙빙 돌면서 울타리를 쳐야 하는지 새삼 느꼈다"며 "아이 친구들의 가정환경에 대해 자세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더 불안한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학부모들이 '부자 동네'라고 해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과 범죄에 대해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명망가 자제들이 모였다고 소문난 한 사립초등학교에서는 지난 6월 학교폭력 스캔들이 불거져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여중생 딸 친구 살해·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현장에서 주민이 현장검증을 지켜보고 있다. 2017.10.11. photo@newsis.com

이와 관련해 서울 강남구의 한 공립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모(34) 교사는 "이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부모들이 가정교육을 잘 하는 편"이라면서도 "강력범죄라면 강남이라고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것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불안이 그만큼 극대화됐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영학 사건이 특이 케이스일 뿐 자녀들의 교우관계에 있어 경제적 수준에 따라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학과 교수는 "부모들의 이같은 반응은 일종의 '공포심의 전염'"이라며 "소득수준이 높은 동네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 등의 안전장비가 비교적 많이 설치돼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곧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가 적다고 보긴 힘들다"고 짚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전제로 한 집단 효율성이 중요하다"며 "오히려 소득이 높은 지역은 자기 가족을 중심으로 한 소집단주의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전체의 안전을 위한 집단효율성은 떨어진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부모들도 어금니 아빠 사건에 충격을 받다 보니 선입견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강력범죄 사건을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ashley85@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